친구의 아들이야기

2022.03.14 15:23:07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나이가 들면 친구들에게서 오는 전화도 뜸해진다. 더구나 코로나로 만남이 자유롭지 못하니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달 한 친구의 전화를 받고 반가운 마음으로 식당으로 나갔다. 세 명은 이미 와 있었다. 모두 잘 아는 사이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식사가 들어오기 전에 안부를 묻고 이야기가 시작됐다. 음식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는 표정들이었다. 대화의 내용은 건강, 부동산, 친구들의 근황을 묻는 이야기를 하다가 금기(禁忌)시 하는 자녀들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다.

필자가 고교동창회장을 할 때 이색적인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옆에 앉은 친구의 아들이 서울공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변리사가 되어 결혼도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충주 집으로 내려와 사법고시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부모 허락을 받으러 왔다고 한다. 친구는 너무 황당해 만류를 하다가 고심 끝에 다음 날 아침에 허락을 했다고 한다. 공대출신이었던 아들이 3년 동안 공부를 하더니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필자는 친구 아들의 경사에 감동해 축하 화분을 친구의 아파트로 보냈었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가 회장을 맡고 있으니 동창회비에서 보낸 걸로 알고 총회 때 결산서를 살펴보고서 동창회에서 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동기생들보다 5년이 늦었지만 사법연수를 마치고 성적이 좋아서 대전지방법원에 발령을 받아 판사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산더미 같은 사건기록을 읽어야 하는 격무를 수행하면서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여 3년 전에는 모교에서 법학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니 너무 대견하지 않은가? 얼마 전에 40대 중후반의 나이인데 판사의 꽃이라 불리는 부장판사로 승진해 3월에 가족이 모여 축하자리를 갖기로 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아들자랑 할 만하지 않은가?

이렇게 뒤늦게 진로를 바꿔서 정상궤도의 길을 당당히 가고 있는 예는 드물 것이다. 세 친구는 초등학교동창으로 흉허물이 없는 사이라서 시샘보다는 축하의 마음을 전하였다. 부모들은 자식을 잘 키운 보람을 느끼며 어깨가 으쓱해지는데 이게 바로 효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는 부모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모범을 보이며 가정교육을 잘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부모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여러 곳의 학원을 돌며 아이의 능력에 넘치는 부담으로 진로를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1등만 강요해 자라는 싹을 시들게 만드는 어리석은 부모도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교육이 어렵고 부모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자녀라 해도 모두가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세계 10대 천재 중 한 명으로 IQ 210 김웅용씨의 사연이 좋은 예이다. 괴테(IQ 190)와 아인슈타인(IQ 180)을 능가하는 대단한 수치이다. 그는 한글을 이틀 만에 뗐고 세 살 때는 그 동안 쓴 글과 그림 등을 모아 책까지 출판했다. 열한 살에는 미국 NASA에 취직했지만 일 외의 부분에서는 언제나 외톨이였다. 김웅용은 "나는 영원한 이방인이자 타인이었다"며 외로운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고 한다.

'조국을 위해 큰 인물이 되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자랐지만, 지독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8년 만에 홀로 귀국했다. 귀국 후에는 어디든 받아주는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학위가 없어 아무 곳에도 갈 수 없었다. 서울을 떠나고 싶어 선택한 충북대학교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은 김웅용은 드디어 공부 말고도 재미있는 세상의 즐거움을 알아가며 지금은 신한대학교에서 평범한 교수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진로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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