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필과 함께하는 가을동화 - 콩농사

2022.10.20 14:42:49

내 어릴 적에는 먹을거리가 부족하여 나무순을 잘라 먹기도 하였다. 찔레나무 순이나 삘기라 하는 띠 풀이 자란 꽃대가 피기 전에 뽑아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맛은 달짝지근하기도 하고 떨떠름하기도 하였다. 봄에 아버지가 소를 이용하여 쟁기로 논을 갈면 그 뒤를 졸졸 쫓아 다니며 올무를 주워 먹기도 하였다. 콩알 정도의 큰 알갱이로 껍질은 검은색을 띠지만 속은 흰색으로 단백질 덩어리였다. 이 순간 달짝지근한 그 맛이 생각나 침이 입안에 고인다.

농업사회 시대에는 단 한 평의 땅이라도 개간하여 먹을거리 생산을 위하여 논밭으로 이용되어 왔었다. 지금은 눈부신 경제 발전의 영향으로 맛있는 먹을거리가 외국으로부터 엄청나게 수입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기술도 첨단 기술과 융합하여 맛좋고 보기 좋은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생산한다. 시장엘 가보면 먹을거리가 지천이다.

그러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땅은 묵어 쑥대밭으로 변하는 곳이 눈에 많이 뜨인다. 그런 와중에서도 일부 도시민들은 자투리땅을 일구어 채마밭을 만들어 손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재미를 맛보기도 한다. 이는 경제활동 시간은 줄고, 휴식이나 취미활동 등 자유로운 시간이 늘어나면서 농사의 기쁨을 맛보기 위한 활동이라 생각된다.
가족 간에 유대 강화를 위하여 주말 농장을 찾아 가족 단위로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직접 농사 체험도 하고 자기가 심어 저농약으로 키운 농산물로 한 끼의 반찬을 준비도 한다.

나도 텃밭을 가꾸어 보자는 마음을 정했다. 퇴비를 사다 뿌리고 주변 가축농장에서 소똥도 얻어다 뿌렸다. 때로는 주변의 썩은 낙엽도 긁어다 뿌렸다. 일체의 농약이나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으니 토질은 날로 좋아지고 지렁이도 많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파헤친 십여 평 정도는 거름기 없이 두둑을 만들고 그 곳에는 쥐눈이 콩을 심었다. 콩은 거름기 없이 심어야 한다고 들었다. 콩과식물은 뿌리에 박테리아를 거느리고 산다. 잎에서 산소 동화작용으로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모아 뿌리에 보내서, 콩이 자라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천연비료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땅을 기름지게 하기 때문이다.

콩은 싹을 잘 티우고 무럭무럭 자랐다. 콩은 가지치기를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순도 자주 잘라주었다. 너무 무성하다 싶을 정도로 컸다. 제법 콩 꽃도 많이 피었다. 여름내 비를 맞고 잘 자라 열매를 맺는 콩꼬투리가 더덕더덕 달렸다. 가을이 되어 콩꼬투리를 따서 까보았다. 어쩐 일인가· 콩알이 자라지 못하고 그냥 있거나 속은 벌레가 들어앉아 있었다.

농업인한테 물어보니 콩 꽃이 필 때 살충제를 뿌려 벌레가 꽃속에 알을 낳지 못하게 하여야 한단다. 살충제를 뿌리지 않았으니 알들이 콩꼬투리 안에서 부화되어 콩속의 수분을 빨아먹으니 콩알이 생기지도 못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사도 사전 지식을 습득하여 때에 맞추어 작업을 해야 함을 알았다. 모든 것이 쉬운 일이 없다. 이렇게 첫 콩 농사는 실패하였다.

내년에는 심을 작물을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농사짓는 방법을 미리 숙지를 하여야 겠다. 작업할 시기를 기록해 두었다가 잊지 않고 실행을 해서 수확의 기쁨을 맛보리다.

이기원

푸른솔문학 신인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장

2015년 황조근조훈장 수상

중고등학교장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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