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부(寄附)문화

2022.12.28 14:12:18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시조시인

연말이 되면 불우이웃돕기 행사가 우리사회를 훈훈하게 해주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거리에 나타난다. 동무사무소에 얼굴 없는 기부천사가 다녀갔다는 뉴스가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녹여준다. 70대 할머니가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휴지나 종이박스를 주워 모아 판돈 100만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고 맡기고 사라졌다는 얼굴 없는 천사 뉴스는 너무나 큰 울림을 주고 서민들을 감동케 한다. 조선일보 12월 19일자 1면 톱기사로 경비원 김방락 씨는 한성대 에듀센터 경비원으로 일하며 120만원의 월급을 10년간 모아 1천만원을 기부하고 이듬해 말까지 9천만원을 추가로 내겠다고 약정서에 서명하여 1억 원을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로 했다는 훈훈한 뉴스이다. 이 밖에도 한우축사농장대표의 1억 기부, 동대문구 완구시장 야간경비원 1억 기부, 대구 수성구 보건소 공무원 1억 기부, 강릉 꼬막비빔밥 가게 2억 기부, 서울서 단팥죽 가게운영 하는 분이 15억 기부, 대구 키다리아저씨가 13억 기부 등 올해 1억 이상 기부한 회원이 3천명을 돌파하였다고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들은 예금을 깨고 분양권을 포기하면서 이웃을 생각하며 돕는 분들이라고 한다. 한자어 기부(寄附 : 공적인 일이나 남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을 내놓음)와 영어 (Give : 주다 . 전하다. 제공하다. 기부하다. 수여하다)로 신기하게도 발음이 똑 같은 동양과 서양이 일치하는 유일한 단어인 것 같다. 남에게 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고 나누며 살아가라는 거룩한 가르침을 주는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떠한 대가(代價)를 바라지 않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은 진정한 기부행위이기에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어찌 보면 도리어 도움을 받아야 될 분들도 이웃을 돕는 마음은 연말에 더욱 돋보인다.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수혜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경제적 기부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돕고 함께한다는 따뜻한 마음가짐은 숭고한 것이다. 기부행위는 상호간의 희망, 사랑, 자존감, 기쁨, 신뢰, 정직, 용기 등과 같이 광범위한 범위에서 신뢰감이 형성되는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기부문화의 의무는 생존을 위한 경제적 소득이 없는 사람에 대한 자녀들의 보호와 질병 등으로부터 건강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빈곤층에 대한 생활상황 개선과 자력을 위해서는 경제적 기회와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기부문화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의 희생의 원칙에서 빈곤자들의 나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기부는 지나친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을 황폐화 하거나 파괴할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국내 주요 그룹인 삼성이 500억, SK가 120억, LG도 120억 등 연말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한 '통 큰 기부'에 나섰다고 하니 감사한 일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향교를 600여년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선배유림들이 개인 재산을 향교를 위해 기부하여 후대를 위한 기부문화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조상이 남긴 전통유교문화를 위해선 지원금(支援金)이 전혀 없어 전국의 234개 향교 중에는 재정이 빈약하여 춘주 석전제를 봉행하지 못하는 향교가 100여개나 된다고 하니 풍요 속에 빈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성균관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성균관·향교·서원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루속히 국회에 통과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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