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2023.01.02 16:09:34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시조시인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그 동안 코로나로 실시하지 못했던 새해맞이 행사가 마즈막재 종댕이길 제2주차장에서 충주문화원주관으로 개최한다는 안내장을 받고 망설이다가 6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방한복은 물론 목도리와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하니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더 편했다. 4대의 셔틀버스를 준비하여 해맞이 나온 시민을 실어 나르는데도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한 승용차가 끝없이 늘어섰다. 모처럼 실시하는 해맞이 행사라 인파가 대단히 많았다. 새해소망 매달기, 느린 엽서 부치기, 캐릭터(토끼, 충주 씨)와 사진 찍기가 부대행사로 진행되고 있었다. 천막 안에서는 새마을 부녀회에서 떡국을 준비하여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광장 중간 중간에 몸을 녹일 난로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난간 쪽에는 일출장면을 보고 사진을 찍으려고 자리를 선점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 앞에서는 사물놀이장단이 새벽을 열고 있었다. 정호승의 시 『희망의 그림자』가 낭송되었고, 중창단이 충주찬가와 희망의 나라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새해 덕담 나누기로 조 길형 시장과 이 종배 국회의원, 박 해수 의장, 유치원 어린이의 축하 메시지, 행사를 주관한 손 창일 문화원장의 덕담이 이어졌다. 이어서 신나는 난타공연이 있었고 세시음식으로 떡국을 나눠먹는 순서로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동쪽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서 산등성이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은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일출시간이 한 시간이 지난 귀가 길에 해가 올라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전화기엔 카톡 소리가 계속 울리더니 집에 도착하여 열어보니 강릉으로 해맞이를 간 둘째가 보낸 사진은 일출이 선명하게 보였고, 막내 딸네는 서해안 궁평항으로 해맞이를 갔다며 일출이 선명한 사진을 올렸다. 딸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강릉경포대로 해맞이를 다녔는데 세월이 흘러서 이제는 초등생 아들딸을 데리고 해맞이를 하고 있으니 한세대가 훌쩍 흘러갔음을 느꼈다. 아이들이 큰 다음에도 지인과 함께 포항 호미곶으로 해맞이를 갔다가 숙소를 못 구해 식당에서 새우잠을 잠깐 자고 떡국을 얻어먹으려고 긴 줄을 섰다가 국물만 먹었던 적도 있었다. 주차장이 부족하여 논에 임시로 주차장을 만들었는데 차량이 너무 많아서 빠져 나오는데 몇 시간을 소모하며 고생만 하고 왔던 일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사실 해가 바뀌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달력에 의해 년도가 바뀌는 것이고 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해가 뜨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현상인데 새해맞이로 전국의 해맞이명소엔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는 것을 생각하면 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휴대폰을 누구나 가지고 있어 평소에도 소통을 하고 있지만 새해 안부 인사를 주고받느라 메시지가 쌓여 열어보며 답장을 주고받는 편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진에 인사말을 넣기도 하고 동영상을 만들어 실감 있게 새해 인사를 나눈다. 학생들도 옛날처럼 공책에 글씨를 쓰지 않고 자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필기구로 글씨를 쓰지 않아서 난필이 되고 있다고 한다. 글씨를 잘 쓰던 사람이 대우받던 시절도 사라졌다. 컴퓨터가 모두 대신해 주기 때문에 수기(手記)로 하는 것은 서명뿐이다. 올 해는 1월 1일이 일요일과 겹쳐서 대체휴일도 아니라 휴일하루를 손해보고 한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주일의 시작도 월요일이 아니라 일요일부터이기 때문에 시작의 의미가 확실한 한해라는 생각이 든다. 새해맞이를 멀리 이동하며 들뜬 마음으로 한해를 시작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개인의 계획과 함께 가정의 일 년 계획도 수립하여 알찬 한해를 설계하는 풍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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