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흙길 걷기

2023.07.03 15:11:51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시조시인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하는 집안 대청소를 마치고 아파트 앞 김밥 집에 들어갔다. 김밥 두 줄을 사서 조수석에 놓고 맨발로 흙길 걷기를 위해 문경새재 3관문 길로 달려갔다. 2주전에 맨발로 한 번 흙길을 걸었는데 발바닥은 조금 아팠지만 지압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 후에 운동을 나가면 공원길에 우레탄포장길을 맨발로 걸으면 촉감이 좋아 매일 걷는다. 주말에는 흙길을 걷기 위해 고사리 마을을 지나 휴양림 바로 아래 차를 주차하였다. 간편한 복장을 하고 맨발로 흙길을 들어섰는데 장맛비에 길이 파여서 골이 지고 굵은 모래가 솟아올라 처음엔 망설여졌다. 어제까지 장맛비가 내려서 계곡에는 맑은 물이 노래를 부르듯이 귀를 즐겁게 해주었고 흙바닥은 아직 습기가 촉촉하여 흙을 밟는 감촉이 좋았다. 지난번에는 흙이 바싹 말라서 거칠게 만 느껴졌는데 습기가 땅에서 올라오는 지기(地氣)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우거진 숲에서 풍겨 나오는 습도가 있는 상쾌한 공기에 마음이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11시가 넘어 드문드문 하산하는 등산객들도 있고 산길을 오르는 탐방객도 있었다. 그런데 맨발로 걷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모두들 눈길을 주며 염려하는 눈빛이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고무신을 들고 맨발로 걸어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는 못 살던 시절이라 건강을 위해서 맨발로 걸었던 것이 아니라 신발이 닳을까봐 손에 쥐고 걸었다. 발이 아프면 슬리퍼를 신으려고 손에 들고 걸었는데 그 동안 해온 맨발걷기로 발에 굳은살이 많이 생긴 것 같았다. 한 시간이 넘게 맨발로 걸어도 견딜 만 하였다. 파여 나간 길을 보수하려고 흙을 무더기로 갖다 놓았다. 새재 길은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다니던 길이었는데 3관문을 경계로 문경 쪽으로는 문경시에서 관리를 하고 있고 충북 연풍면 쪽은 충북도에서 관리하는데 경북방면 새재 길은 오래전부터 흙길로 잘 다듬어 관리하여 맨발로 걷는 탐방객을 많이 볼 수 있다. 북향으로 비탈길인 충북 쪽은 몇 년 전부터 흙길을 조성하여 새재 길은 걷기 편한 흙길로 전국에서 유명한 곳이다. 흙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1차선 도로 폭으로 만들어진 길인데 가장자리에 맨발로 걷는 길을 별도로 만들어 주면 탐방객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어느덧 3관문을 통과하고 우회하여 돌아서 넘어왔다. 요즘은 시골 농로까지 대부분 시멘트 포장을 하여 맨발로 흙길 걷기를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문경새재 길은 자연 그대로 흙길을 보존하고 있어 주말만 되면 전국에서 물밀 듯이 등산과 산책을 즐기려는 탐방객이 몰려오고 있다. 40여분 만 나오면 이렇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흙길이 있는 충주에 살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은 문경읍 관음리에서 수안보면 미륵리로 넘은 계립령(鷄立嶺)또는 하늘재라 한다. 신라의 아달라왕이 북진할 때 넘었던 재로 고려 공만왕도 홍건적을 피해 몽진(蒙塵)할 때도 하늘재를 이용했다고 한다. 조선 태종 때 지금의 문경새재 길이 열렸는데 새로 난 길이라 "새재"라 했는데 한자로 조령(鳥嶺)이라 하고 있다. 하산 길에 휴양림 입구 옆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발을 담그니 피로가 풀리며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시장기가 돌았다.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을 먹으니 소풍 온 것처럼 꿀맛이었다. 휴양림 근처 공기가 너무 좋아 차창을 열어놓고 잠시 오수(午睡)를 즐기고 나니 몸이 날아갈 듯하였다. 주말에 이렇게 건강을 다지고 운동을 하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오늘 하루 힐링의 마무리는 수안보 왕의 온천에 들려 사우나를 즐길 수 있으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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