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무너지는 소리

2023.08.21 17:40:52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시조시인

우리 조상들은 군사부(君師父)일체(一切)라 하여 임금과 스승과 부모를 같은 위치에 놓고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고 했다.

그랬던 나라가 어찌하여 학생이 교사를 폭행해 상해를 입히지 않나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편애하거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고소 고발을 일삼고 있으니 아이들 앞에선 교사들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교사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심지어 교직에 염증을 느껴서 교단을 떠나는 교원이 많이 있으며 최근에는 2년 차 새내기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가슴이 아프고 한숨만 나올 뿐이다.

교권이 무너져서 더 이상 참지 못한 수많은 젊은 교사들이 주말에 거리로 나와 집회를 하며 하소연을 하고 있는데 교육당국은 뒷북만 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하나 둘 만 키우는 자식에 대한 지나친 애착심만 있지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성교육을 가정에서 외면하고 있다. 자신만 아는 이기적이고 오직 경쟁에서 이겨 1등만 하라고 가르치는 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인성은 어릴 때 길러지고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은 은연중에 닮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의 행실을 보면 그 부모가 어떤 분인지 짐작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릴 때 습성이 평생을 가는데 인성은 부모의 언행과 그 집안의 가풍(家風)에서 결정이 된다. 교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생님을 원망하고 전화를 하거나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언행과 법에 호소하려는 작태는 자기 자식을 망치는 길이라는 것을 모르는 학부모들은 헛똑똑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학력이 높고 부를 누리며 남부럽지 않게 살아도 자식 농사는 망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여기다 학생인권조례만 강제조항을 만들어 과잉보호하려는 것도 한 몫을 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가르칠 수 없는 교육현장이 됐다. 교육을 포기하라는 조례를 제정한 어른들의 마음은 당당하단 말인가? 학생의 인권이 소중한 만큼 상응하는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교사들이라고 완벽한 인격체일 수는 없다. 어느 학부모는 담임교사에게 "당신 어디까지 배웠어? 나 카이스트 나온 여자야!" "카이스트 경영대학 나오고 MBA까지…"라며 아이 담임인 유치원교사에게 갑질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오래전에 담임선생님의 교권을 존중해준 어느 대학교수의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생물을 전공하는 교수의 초등학생 아들이 아버지에게 식물 이름을 물었다고 한다. 한참 생각하더니 "글쎄 잘 모르겠다. 내일 담임선생님께 물어 보렴" 다음날 아이는 담임선생님께 물어 보았다. 선생님께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니까 생물학 박사인 아버지 보다 더 잘 알고 계신 선생님께 믿음과 존경심이 생기고 우러러 보았다는 이야기이다. 그 교수는 선생님의 권위를 세워주려고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식물에 대한 질문을 하면 가르쳐 주라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권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식이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한 권위를 세워줘야 자식교육이 잘 될 것임을 아시는 훌륭한 부모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이런 학부모만 있다면 교권이 오늘날처럼 무너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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