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대림산성을 오르며

2023.12.18 14:55:14

이찬재

충주향교 전교·시조시인

충주에는 동남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산이 충주분지를 감싸고 있다. 계명산(계족산)과 금봉산(남산) 그리고 대림산이다.

계명산과 금봉산은 여러 차례 등산을 하였지만 대림산은 한 번도 오른 적이 없었다. 충주에 살면서 40년이 넘게 등산으로 체력을 다졌는데 가까운 대림산을 못 올라서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주말 오후에 수안보로 온천욕을 하러 가다가 대향산 계곡으로 들어가면 주차장이 있고 등산로가 있다하여 가보았는데 등산로를 못 찾고 헛걸음을 하고 온 적이 있다. 지난 주말엔 지인의 말을 듣고 충주미덕학원 뒷산으로 올라가면 된다하여 등산화 끈을 졸라매고 등산복차림으로 혼자서 오르기 시작했다. 낙엽송이 태풍에 쓰러져 잘라놓은 골짜기를 따라 한참을 오르니 옛날 나무꾼이 다녔던 능선길이 나왔는데 가파른 길인데다 칡넝쿨과 잡목이 우거져 오르기가 힘들었다. 가장 직선거리인데 깎아지른 듯 경사가 심하여 숨이 차고 힘이 들었다. 정상은 까마득하고 절벽에 가까운 산 아래서 올려다보니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완만한 등산로를 두고 험한 길을 들어선 내 자신을 원망하며 올라갔다. 참나무 낙엽이 쌓여 뒤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스틱도 차에 두고 온지라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워 지팡이로 사용했다.

몸을 앞으로 굽혀서 숨을 몰아쉬며 한발 한발 오르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겠다는 일념으로 극기 훈련을 오랜만에 경험했다. 삼부능선 쯤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며 잠시 휴식을 가졌다.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정상을 향해 오르니 점심시간도 되었는데 체력은 소진되어 겨우 전망대에 오르니 이정표가 보이는데 대림산 정상이 0.32㎞라고 적혀 있다. 정상능선은 등산로가 넓어서 걷기가 편했다. 시루를 엎어놓은 듯한 가파른 정상을 오르니 봉수대(烽燧臺)가 3기(基)가 보인다. 통신시설이 없었던 시절에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을 이용하여 통신을 하였던 봉수 터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후기까지 사용하다가 1894년 갑오개혁 때 폐지되었다 한다. 평상시는 1거(炬)를 운영하다가 유사시나 적이 침입할 때는 최대 5거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대림산 봉수는 주정산(수안보)봉수를 받아 마산봉수(대소원면)로 연결하였다고 한다.

주머니에 넣어 온 우유를 마시니 시장기가 가셨다. 부부등산객이 가방에서 귤을 꺼내어 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향산리 방면에서 올라 온 등산객도 있었다. 정상을 오르는 길은 관주골 서편 능선을 따라 오르는 서문지(등산기점)길과 향산리(윗말), 발치봉 길과 관주마을 길이 있다는 표지판이 있다. 올라 올 때 너무 힘들게 올라와서 완만한 등산로로 내려갈까도 생각했는데 차를 세워둔 곳으로 이동하자면 불편할 것 같아 온 길로 하산하기로 마음먹었다. 대림산성은 고려시대 토석혼축 포곡식의 성곽으로 둘레가 약 5천144m로 현재 성벽 일부와 우물터·봉수지 등이 남아 있다. 이 성은 새재(鳥嶺)와 계립령(鷄立嶺)으로 통하는 큰 길을 막아 충주의 남쪽을 방어하던 요새(要塞)였다고 한다. 기진맥진 하여 하산을 하고 나니 극기체험의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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