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어느 모퉁이
한상우
충북시인협회 회원
어미 젖가슴 도려낸 바람이 깃발에 앉아 펄럭인다
논물 마시던 까마귀 떼는 정오를 쪼아대고
천수답 무궁화에 밤꽃 낭자히 피었다
쉰내 나도록 울다
성장점 멈춘 강이 저녁으로 휜다
살쾡이들 발톱 드러낸 산그늘에는 무명의 비목들이
녹슨 자전거를 탄다
누군가의 말문은 구멍 난 창호지
누군가의 눈과 귀는 덧문이다
총부리 같은 먼지가 다시 일어난다
습자지 같은 총성이 갓길에 반짝 일다 멎는다
갯벌 냄새나는 장미가 하늘가에서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