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하동포구에서

2024.06.25 15:40:37

하동포구에서
        김선중
        충북시인협회 감사




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들리는 소리 열차가 곧 출발합니다 가고파 언덕을 지나온 바람이 거리의 간판을 뜯어 버리고 열차의 빛바랜 시트에 숨가쁘게 헐거움을 앉혔다 모퉁이를 돌아가며 비명 같은 기적을 울린다 무슨 바램이 너에게 경사지어 미끄러질까 구불구불 강가 모래톱을 그리며 철지네 같이 기어간다 버스에서 교환하던 눈총이 따라왔다 안 보았으면 존재하지 않을, 숨바꼭질하다 들킨 애처럼 동그랗게 바라보다 어느새 반듯한 곳 지나며 수레바퀴가 리듬을 탄다 같이 가면 풍경이 다소곳해지지 않을까 하동포구로 갔다 포구의 소나무에 서늘한 한 자락 부유물이 걸려 멍석말이 당하는 신음소리를 낸다 하동역 막차를 타고 눈총은 돌아갔다 모래톱에 아직 박혀 있는 파편이 따갑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숨을 고르다 혼자 강변을 걸으니 풍경이 조용히 말을 걸어 온다 구름의 가느다란 틈을 통과한 빛이 섬진강 은파가 되었다 끊임없는 물결이 모래에 남긴 흔적을 지우고 있다 깡통 하나가 물 위에서 반짝인다 은어무리가 물의 흐름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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