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바둑판에 자충수 둔 정부

2009.11.08 14:30:46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궤도수정 발언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추진을 공식화함으로서 소위 9부2처2청을 옮긴다는 행정복합도시의 성격과 골격은 깨질 공산이 매우 높아졌다. 세종시의 백지화나 다름없는 이번 조치는 '세종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충청도 주민의 거센 저항과 더불어 정치권 내에서도 쟁점으로 부상하여 여야 충돌, 여여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포스트 MB의 정권 재창출을 지향해야 하는 현 정권으로서는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여권 내에서조차 친이(親李)진영과 친박(親朴)진영이 갈등을 빚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의 한명으로 유력시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원안추진에다 플러스알파라는 덤까지 주장하고 있다. 현 정권의 세종시 궤도 수정론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처사인데다 그것이 성사될 경우 정권재창출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충청도민이 500만 명에 불과하나 지금까지 전례로 보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점을 감안하면 충청카드를 그리 쉽게 버릴 성질이 아니라는 분석을 자체적으로도 충분히 했을 것이다. 여여 간에도 계파 간에 입장과 견해가 상당히 다른 상황에서 이를 초월한 세종시 수정추진이 과연 가능한가 의문이 간다.

만약 친박 계열에서 반대표를 던진다면 세종시 수정추진이라는 정부의 의지는 관철되기가 아주 어렵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원안추진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 전 대표를 설득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박 전 대표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박 전 대표도 나름대로의 정치셈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10·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3대2로 민주당에 패했다. 패인 중에는 행정복합도시의 수정론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충청도 민심을 흉흉하게 만든 데다 야당의 좋은 공격거리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현 정권이 세종시 수정 모드를 계속 유지한다면 차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및 총선,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최소한 충청권에서는 상당히 고전하리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수도권에 비하면 충청도의 파괴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나 정권창출의 저울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쉽사리 버릴 카드가 아니다. 한마디로 MB정권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충청도민의 거센 반발에다 야당의 십자포화를 맞는 신세가 되었고 친박계 마저 등을 돌리는 처지이니 누굴 붙잡고 하소연을 해야 하나 답답해질 것이다. 이 같은 간난(艱難)은 누구의 탓이 아니라 MB정권 스스로 자초한 자충수이기 때문에 원군(援軍)이 별로 없는 것이다. 지선, 총선, 대선에서 큰 리스크를 안고 있으면서도 세종시 수정추진을 밀어붙이는 까닭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원안보다 실효적 측면에서 더 발전되고 유익해야 한다"고 세종시 수정추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국가 경쟁력이나 통일이후를 고려하여 더 유익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궤도수정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 더 유익한 대안도 필요 없으니 원안을 그대로 추진해 주기 바란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충청도민을 우롱하는 정부의 방침에 더 이상 내둘리기 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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