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 화두는 민생과 기후변화

2024.09.18 15:06:22

이정균

시사평론가

올해 추석처럼 뜨거운 날씨는 난생 처음이다. 고향 산소를 돌며 성묘하는 길지 않은 시간에도 땀을 줄줄 흘리면서 너무 덥다는 말이 연신 이어졌다. 그야말로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젠 아열대성기후에 속하는 걸 피부로 느끼며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충격에 걱정이 앞선다.

***자영업자 폐업 증가

이번 추석 민심의 화두는 민생과 기후변화임을 자주 확인한다. 만나는 사람들의 대화 주제는 날씨와 경제문제로 모아진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찌든 민심이 무더위 속에 한숨지으며 보낸 추석 연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추석 직전 물가는 농·축·수산물 가운데 채솟값을 필두로 평년 대비 대부분 상승세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류 가운데 평년 대비 배추(13.7%), 무(33.5%), 시금치(113.5%), 상추(23.5%), 당근(69.3%) 등의 가격이 올랐으며 수산물은 조기(28.5%), 마른 멸치(10.6%)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과일과 축산물은 약세를 보였는데 홍로 사과(14.5%), 신고 배(4.4%), 한우 1등급(9.6%), 돼지고기 삼겹살(2.9%), 닭고기(7.2%), 계란 특란(4.3%) 등의 가격이 내렸다. 가격이 내린 품목은 하락폭이 적은데 비해 물가가 오른 품목은 상승폭이 매우 커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민생경제가 고통 받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물가와 고금리에 움츠러든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덩달아 줄어들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위기의식은 날로 심각하다. 지난해 폐업 신고한 자영업자가 100만 명에 이르며 소매업, 서비스업, 음식업 순으로 많다고 한다. 코로나 시기에 정부 지원금으로 버텨오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니까 폐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한다. 장사는 안 되고 처음에는 다른 빚은 내서 빚을 막다가 금리 부담에 연체가 늘면서 막다른 길로 몰리는 패턴을 공통적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출신 실업자가 지난해 5.9%에서 올해 23.1%로 급증한 자료도 있다.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초, 물가 안정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시기가 됐다고 발언하는 등 기대감을 주긴 했지만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는 민생이 언제쯤이나 나아질 것인지 전망하기 어렵다.

예년의 추석과 올해 추석을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폭염이다. 추석날 한낮 무더위 절정에 기온을 보니 32도였다. 올해 여름 35도~36도를 오르내리던 것에 비하면 덜하지만 추석에 이토록 습하고 찌는 날씨는 기억에 없다. 추석 연휴에도 열대야로 뒤척여야 하다니 이게 무슨 일이가 싶다.

기후변화는 화석연료 과다 사용, 온실가스 증가 등의 인위적 요인과 화산폭발, 태양 에너지 변화 등의 자연적 요인에 의해 오랜 기간에 걸쳐 기후가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기온과 강수의 변화를 넘어 극한 폭염과 폭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생태계 변화를 가져온다.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점차 상승해 육지가 서서히 바닷물에 잠기는 현상이 지구촌 곳곳에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가 주는 경고

밀감과 레몬 같은 열대과일 한반도 재배, 명태·꽁치·참조기 등의 한류성 어종은 줄고 난류성 어종인 멸치·고등어 등의 어획량은 증가 추세다. 심지어 제주도 특산품이던 옥돔이 독도 근해에서 잡히고 김을 육지에서 양식하는 실정이다.

날씨에 관한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추석 연휴까지 계속되는 2024년 폭염과 열대야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이같은 이상기후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므로 철저히 대비하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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