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정균

시사평론가

삐라와 관련된 유명한 전쟁사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이 폴란드를 침략하자 폴란드의 동맹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연합하여 대독일 선전포고를 했으나 영불연합군도 독일군도 전투를 벌이지 않는 가짜전쟁에 들어갔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끔찍한 소모전인 참호전에 질렸던 경험이 양 진영에 전투를 꺼리게 만들었다. 양 진영은 프랑스가 건설한 마지노선과 독일이 구축한 지크프리트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삐라만 뿌려댔다. '전단지 공습' '색종이 전쟁'으로 불릴 만큼. 삐라만 주고받는 가짜전쟁 덕분에 독일은 폴란드 전선과 영불연합국 전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양면전을 피할 수 있었다. 독일은 먼저 폴란드 점령 후 프랑스 침공에 나섰다. 6주 만에 프랑스가 항복했다.

*** 북한의 본성 재확인

삐라를 뿌려 상대국 국민과 군인들에게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는 전술은 새롭지 않으나, 오물 덩어리가 삐라 역할을 대신하는 엽기적 전술은 처음 듣는다. 북한이 남한 탈북자단체의 대북 삐라(전단) 풍선에 대한 역공으로 대남 오물 풍선 약 1천 개를 대량 살포했다. 충북지역에도 제천, 충주, 청주에서 발견됐다.

남한의 탈북자단체가 북한으로 날려 보낸 풍선에는 김정은 3대 독재를 폭로하는 삐라 외에도 달러화, 쌀, 남한 드라마와 트로트를 저장한 USB, 초코파이 등이 들어있고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파급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에서 남으로 날린 풍선에는 담배꽁초, 폐지, 거름, 폐건전지 등 오물이 들어있다고 한다. 북한은 오물 풍선에 그치지 않고 GPS 전파 교란 공격도 동시다발적으로 감행하여 서해안을 항해하는 민간 여객선과 어선들에 피해를 입혔다.

북한이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지역과 종심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미리 예고했을 때, "뭔 소리지?"라며 의아해 했는데 막상 실제상황이 벌어지자 북한의 본성에 대한 현실감이 살아났다. 정상국가라면 실행에 옮기기 힘든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난 후 이를 수거하느라 남한 전역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며 키득 거렸을 북한이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를 수 있는 북한이라는 사실을 많은 남한 국민들이 재확인 하는 기회가 됐다. 이번에는 오물이지만 생화학물질을 넣을 경우 우리가 당할 치명적 피해와 공포는 상상 이상이라는 점도 다시 깨닫게 된다. 북한이 단지 남한 조롱과 혼란 조성 목적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상 조건에 따른 풍선의 남한 비행 방향과 거리, 장소 등의 정보를 활용한 제2, 제3의 유사 도발이 예상된다.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처럼 북한 주민들도 부끄러워 할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가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검토에 들어가자 북한은 오물 풍선 살포 잠정 중단을 밝혔다. 북한이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켜"서 잠정중단 한다지만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말했다.

남한의 탈북자단체가 북으로 보내는 풍선에 들어있는 삐라와 남한의 물품들이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될 정도여서 북한 당국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정부가 북한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2020년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북한인권단체와 탈북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2023년 9월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대북전단살포법이 효력을 상실했다.

*** 액면 뒤에 숨은 전략전술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의결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즉각 조치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대북 심리전도 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와 같은 긴장 국면은 예측 불가능한 기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오물 풍선에 담긴 건 쓰레기 말고도 남한사회 혼란과 남남갈등 증폭 의도가 있음이 분명하다. 오물 풍선 살포를 삐라와 같이 액면만 읽지 말고 겉으로 보이지 않는 숨은 전략전술도 읽어내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임호선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