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농다리, 가끔 유실되는 것이 정상

2010.04.01 18:15:05

조혁연 대기자

어제 진천 농다리(충북도 유형문화재 제 28호) 얘기를 잠깐했다. 농다리는 통돌이 석축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위에 놓인 널돌이 상판 기능을 하고 있다. 굳이 교각 대신 '석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기둥 역할을 하는 '통돌'이 현대적 의미의 교각은 아니기 때문이다.

농다리는 이름이 독특하다. 특히 '농'자가 바로 와닿지 않는다. 농다리 할 때의 '농'은 '대바구니 籠' 자를 쓰고 있다. 운동경기 농구도 '대바구니 籠' 자이다. 이 경우 농다리는 '대바구니 모양을 한 다리'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농다리는 대바구니 모양을 하고 있지 않다.

이 부분은 籠의 또 다른 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전에서 이 한자를 찾으면 가구를 뜻하는 '롱'의 훈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농다리 할 때의 '농'은 '장롱'(欌籠)을 의미한다. 농다리에 사용된 돌은 사각형 모양으로, 마치 장롱을 여러 개 쌓아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농다리가 지네 모습을 닮은 데서 '농' 자가 왔다고 말하고 있으나, 지네의 한자는 '농'이 아닌, '지네 오'(蜈) 자이다.

농다리의 재료적인 면도 조금은 독특하다. 우리나라 다리는 징검다리→통나무다리→형교→돌다리→콘크리트교-철교 순으로 발전했다. 형교(桁橋)는 나무를 여러개 묶어만든 다리를 말한다. 그리고 돌다리를 만들 때는 근처의 사력암질의 널돌이 많이 사용했다.

이 돌은 구들장처럼 가로로 잘 쪼개지고, 또 돌 색깔이 대부분 진한 자주색을 띠고 있다. 따라서 '자주빛 자'(紫) 자를 써서 자석(紫石)이라고도 한다. 이런 자석은 농다리 진입로에서 반대편 사면인 초평 저수지 방향에 많이 존재한다.

흔히 농다리를 가리켜 "천년의 역사가 숨쉬는 다리"라고 한다. 그런데 근래들어 농다리가 자주 유실되고 있다. 80년대 이후 최소 10번 이상 유실됐고, 특히 지난 2007년 5개 석축이 유실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수리공학적으로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관련 논문을 보면, 큰 물이 날 경우 농다리 주변에서 급변류와 와류 현상이 나타난다. 급변류는 흐르는 물이 교각 사이를 통과할 때 그 속력이 더 빨라지는 현상으로, 일종의 베르누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와류현상은 물이 빠르게 흐를 경우 석축 뒤에서 소용돌이가 강하게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 농다리가 자주 유실되고 있다. 따라서 "천년의 역사가 숨쉬는 다리"라는 표현은 맞지 않을 수 있으나 꼭 그렇지는 않다. 농다리는 이른바 징검다리와 수월교(水越橋·일명 잠수교)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농다리로는 사람은 다닐 수 있지만, 우마차는 다닐 수 없다. 또 농다리는 홍수 때마다 물에 잠기기도 한다. 그래서 물이 넘는다는 뜻의 수월교이다. 이 경우 석축과 널돌이 유실되는 것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유실된 돌은 멀리 떠내려 가지 않기 때문에 장마후 대부분 재사용돼 왔다.

농다리를 만든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 부분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 같다. 실제 농다리는 통돌이 몇 개 빠져나가도 이를 다시 쌓으면 바로 원형을 되찾게 된다. 농다리는 어찌보면 원시적이지만, 가장 경제적인 다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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