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에 소환된 도라에몽

2024.09.24 15:04:48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사건 1심 결심 공판에 연예인과 대중가요, 일본만화 캐릭터가 소환됐다. 검찰과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겠지만 '비유 맞받아치기'로 진행된 법정공방은 실소가 지어질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먼저 검찰은 최종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답한 것은 김 전 처장과의 교유행위를 부인한 허위사실이라며 '아이유'를 거론했다.

***아이유와 이문세, 도라에몽까지 등장한 결심공판

'너 아이유 알아?'라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한다면 이는 그 연예인에 대한 인식에 관한 것이지 어떠한 행위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A라는 사람과 열애설이 난 연예인에게 기자가 'A를 아느냐'라고 질문했을 때 '모른다'고 답한다면 이는 열애라는 교유행위를 부인하는 것이라는 비유가 검찰 측이 내놓은 설명이다. PPT 화면에 이문세가 부른 '사랑이 지나가면' 가사를 띄우기도 했다.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

깊은 상처가 되는, 그래서 모르기로 한 현재 심경을 표현한 이 노랫말이 피고인의 입장과 같아 보인다는 검찰 측의 비유가 너무나 문학적이다. 대중가수와 노랫말을 인용하며 제법 서정적으로 범죄사실을 설명한 검찰 측의 진술에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은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을 불러들여 응수했다.

"이 사건 재판에는 수사기록에도 없는 증거가 다수 있다면서 마치 도라에몽이 물건을 꺼내듯 필요할 때마다 '이런 것 있어요' 하면서 하나씩 꺼내 쓴다."

이대표 측 변호인은 아마도 원하는 것을 모두 꺼낼 수 있는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도라에몽은 일본의 만화가 후지코 F. 후지오가 집필하여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린 어린이 SF 만화다. 1969년 연재가 시작된 만화는 TV,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 어린이의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북한 어린이들도 도라에몽 인형을 가까이 두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2014년 10월 북한의 로동신문에서 공개한 김정은의 애육원 아기방 시찰사진에 도라에몽 인형이 떡하니 놓여있었다. 지난 2002년, 타임지 아시아판은 아시아의 영웅 25명 중 한 명으로 도라에몽을 선정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껴안아 주고 싶은 영웅'으로 소개한 바 있다.

***적절치 않았던 비유와 응수

다시 이재명 변호인이 언급한 도라에몽의 주머니로 돌아가 보자.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는 그 안에 들어 있는 도구들을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는 마법의 주머니다. 변호인 측이 두루뭉술하게 비유한 도라에몽의 주머니 속 무한 수납된 물건들 중 검찰이 꺼낼만한 도구가 무엇일지 헤아려본다.

우선 '거짓말 발견기'가 있다. 이것은 상대방의 말이 거짓말인지 판단할 수 있는 도구인데 상대의 말이 진실이면 O, 거짓말이면 X가 화면에 표시된다. 그다음 꺼냈음직한 도구는 '바뀌는 거울'이다. 거울로 변하게 만들고 싶은 상대방의 모습을 비춘 뒤 자신에게 스프레이를 뿌리면 변신한 모습과 원래 모습을 오갈 수 있다. 영광의 카펫도 꼽을 만하다. 무대에 올라 카펫 위를 걷는 즉시 은퇴를 하게 된다.

죄가 있다면 하나같이 오금이 저릴 도구들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진정 피하고 싶을 도라에몽의 주머니를 왜 하필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언급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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