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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7.09 14:15:36
  • 최종수정2024.07.09 14:15:36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오스트리아 린츠 성모마리아 대성당에 전시됐던 성모 마리아의 조소상이 전시된 지 하루 만에 훼손되어 치워졌다. 성모 출산 장면을 묘사한 이 조소상을 두고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신성모독'을 이유로 강력한 반발을 했던 터라 분노한 신자의 파괴행위로 추측된다.

조소상을 훼손한 범인은 "이 혐오스럽고 신성모독적인 작품에 긴급하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했다"는 성명서를 남겼다고 한다.

린츠 가톨릭 교구는 '이른 아침 성모 마리아 상의 머리 부위가 누군가에 의해 잘렸다'면서 해당 작품이 일부 신자들의 신심에 상처를 낸 점은 유감이지만 이러한 폭력적인 파괴 행위, 대화 거부, 예술의 자유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품 전시에 대한 논쟁으로 난처한 처지에 빠져있던 성당 측은 오히려 한숨을 돌렸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예술행위로 포장한 신성모독

전시됐던 조소상의 작품명은 '발로(Crowning)'다. crowning을 왕관(crown)을 머리에 얹는 더없는 최고의 순간인 '즉위'로 생각한 해석도 일리가 있지만 이 작품에서의 crowning은 '발로'라 칭하는 것이 작가의 발칙한 의도에 더 적합해 보인다.

발로는 의학용어로 출산의 마지막 단계인 태아의 머리부위가 진통과 복압에 의해 질 입구에 노출되는 상태다. 태아 머리의 일부가 외음열에 보이면서 회음이 확장되고 항문이 열리는 발로 시기는 산모에게 가장 고통스런 단계로 알려져 있다.

바위에 앉아 출산 자세로 마지막 산통을 겪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표정은 고통을 참고 있다기보다 공포로 일그러져 있다. 성모 마리아가 걸친 드레스도 부적절하다. 가슴선이 강조되고 속옷이 보이는 천박한 드레스는 도저히 정숙한 여인의 옷이 아니다.

지나치게 붉은 옷 색깔은 산모의 출혈을 연상케 한다. 엉덩이에 깔려 구겨진 드레스 자락 때문에 더 그렇다. 더구나 치마를 걷어 올려 복부와 벌어진 다리 사이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출산의 장면은 성모가 아닌 일반 여성을 표현한 것이라 해도 외면하고 싶은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아름답고 성스럽게 묘사한 성모 마리아만 예술작품이냐며 예술표현의 자유를 내세운다면 반박이 어렵겠지만 구태여 이런 작품을 제작해서 대성당에 전시한 모든 기획에 대해 회의가 느껴진다.

***논란을 알고도 외면한 죄

신성모독은 명예 훼손에서 파생된 말이다. 성경에서는 이를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경멸하고 더럽히는 불경죄로 여겼다. 신성모독자는 교수형이나 돌팔매질로 사형을 당했는데 레위기 24장의 말씀으로 정당화했다.

"그러자 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저주한 자를 진에서 끌어내라.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이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모든 회중이 그를 돌로 치도록 하라."

이 작품을 구상한 여성작가 에스터 슈트라우스는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는 대부분 남성에 의해 만들어져 가부장 제도의 굴레에 갇혀 있다"며 "내 작품을 통해 성모 마리아는 자기 몸을 되찾았다"고 주장했다.

에스터 슈트라우스의 구상대로 작품을 만든 테레사 림버거의 말 역시 가관이다. "논란이 따를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작품을 파괴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으니 논란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제작을 감행한 속내를 실토한 셈이다.

작가는 여성의 역할과 성 평등에 대한 설치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산하는 성모상을 제작, 설치했다고 한다.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그토록 처참하게 모욕하고서 갇혀있던 성모의 몸을 해방시켰다 자랑하는 궤변이 기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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