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임 모녀, 음식점서 손맛 실랑이

함께라서 웃음꽃

2010.05.06 20:38:15

김순열씨와 그녀의 어머니 김월임씨

"엄마, 왜 또 나왔어. 몸도 안 좋으면서."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 '상주집' 사장 김순열(여·63)씨가 또 소리를 버럭 지른다. 84세 고령인 어머니 김월임 씨가 좀 편히 지내길 바라지만 원조 올갱이 손맛 김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는 못한다. 순열 씨는 말은 그렇게 해도 어머니와 함께 일하는 게 행복하기만 하다.

올해로 3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음식점에는 늘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모녀는 오늘도 서로 자기 입맛이 최고라며 옥신각신 다툰다. 그러다가도 순열 씨는 "엄마 손맛이 최고"라며 늘 어머니의 손을 들어준다.

순열 씨가 음식점을 이어받은 때는 지난 1993년. 올갱이를 팔아 자신을 뒷바라지한 어머니의 '은혜'를 올갱이로 갚고 싶었다.

메뉴는 '올갱이국'과 '올갱이무침' 달랑 두 개였지만 이상하리만큼 어머니의 '그 맛'이 살아나지 않았다. '욕쟁이 할머니'로 소문난 순열 씨의 어머니는 절대로 양념의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쉽게 배운 요리는 쉽게 잊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 년 간 새벽마다 홀로 주방에서 비법을 연구한 순열 씨는 드디어 어머니의 맛을 그대로 담아냈다. 어머니는 순열 씨가 끓인 올갱이국을 먹고 눈물을 흘렸다.

순열 씨는 요즘 어머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몸이 퉁퉁 부어 걷는 것도 불편하지만 좀처럼 병원을 가려고 하지 않는다. 김 할머니는 "병원은 무슨…. 괜찮아 아가, 신경 쓸 거 없어"라며 순열 씨를 도리어 다독여준다. 순열 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무리 갚으려 갚으려 해도 부모의 자식사랑은 갚을 수가 없네요. 그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