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우택지사의 대망과 금도(襟度)

2007.05.28 07:09:39

정우택 충북 지사는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단지 꿈만 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위해 나름대로의 전략에 맞춰 해야 할 일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5선 국회의원 부친을 둔 정 지사 역시 명문고와 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고급 관료로 성장한 뒤 2선 국회의원, 해양수산부장관을 거쳐 도지사까지 하고 있다.

이런 정 지사가 지난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차기(2012년) 대권주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조심스럽게 할 생각입니다”라고 밝힐 정도로 대권 야망을 확실하게 갖고 있다.

그는 대권 일정 가운데 우선 도지사로서의 성공을 위해 ‘경제특별도’건설 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선포하고, 본인 스스로와 산하 공무원들을 가열차게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하이닉스를 비롯해 벌써 국내에서만 10조원이 넘는 투자를 충북지역으로 끌어왔고, 북미에서도 1억5천만달러 상당의 투자협약식을 체결하는 등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또 이런 여러 과정에서 자신을 뒷받침해 줄 인맥과 조직 구축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저명인사들을 모아 무슨 발전협의회라는 ‘원로조직’을 만들고, 각계의 수장들을 모아 무슨 대책협의회라는 ‘외곽 조직’을 만들고, 젊은 기업인들을 모아 무슨 포럼이라는 ‘청년조직’을 만든 게 그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리고 자신의 총선을 위한 지역구(진천,음성,괴산,증평) 관리를 위해서도 그 지역 출신 측근들을 잇달아 산하 기관ㆍ단체의 요직에 임명하고, 올해 그 지역의 선심성 예산이 다른 지역들보다 훨씬 많이 배정돼 도의원들이 선심성 예산 전체를 보이콧하는 해프닝을 빚을 정도로 열심히 챙기고 있다.

그러나 정 지사의 이런 거침없는 행보의 이면을 보면 과연 정 지사가 대권에 도전할 만한 금도(襟度)를 가졌는가에 대해 생각케 하는 대목들이 몇 개 있다.

우선 시민단체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시민단체들이 모 신임국장과 관련해 ‘논문표절의혹’까지 들춰내며 인사가 잘못됐다고 몇 개월째 시위를 해도 정 지사는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며 완강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장애인단체가 2주일 가까이 도청 앞 찬 바닥에서 노숙을 하며 면담을 요구해도 “요구사항이 지나치다”며 안 만나주다가 언론보도 등에 의한 여론부담 때문에 마지못해 만난 것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또 얼마 전 정 지사와 오장세 도의장은 도의회가 정 지사의 ‘정실ㆍ보은’인사를 지적하고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과 관련해 서로 심한 설전을 펼친 적이 있다.

그 이후 정 지사는 공식자리에서 오 의장을 만나도 의례적인 악수나 인사말조차 나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래서야 정 지사가 국민은 커녕 도민이나 제대로 끌어안을 수 있겠느냐?”고 수군대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지역 언론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말도 많다.

지역 언론들이 정 지사의 갖가지 ‘정실ㆍ보은’인사 의혹들이나 ‘경제특별도’관련 시책의 허상 등을 끊임없이 지적해도 정 지사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언론 지적사항에 대해 기자(주민)들에게 해명 또는 사과를 하는 다른 단체·기관장들과 달리 정지사는 ‘모르쇠’일 뿐이다.

지역 주민을 대신해서 눈과 귀와 입 역할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을 무시하는 것은 곧 지역 주민을 무시하는 것으로 이는 정 지사가 “지역 주민을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야망을 위한 징검다리나 도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 받는 근거 중 하나다.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천문학을 연구한다며 하늘만 쳐다보고 걷다가 발 아래 물 웅덩이에 빠져 웃음거리가
됐었다.

박 종 천 /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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