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부터아버지, 나에게로까지…

2007.10.23 22:44:43

저녁을 드신 할아버지께서 당신의 방에서 D일보를 펼치고 안경너머로 기사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내려 가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할아버지를 거쳐 아버지까지 손을 탄 신문은 마지막으로 손녀인 나에게 오고, 네 컷 짜리 ‘ 고바우 만화’를 나에게 보여준 그 신문은 그제야 생명을 다 하고 마루에 있는 쌀뒤주 옆 신문지 더미 위로 던져졌다. 그리고 할머니께서는 당신이 한 아름 들 수 있을 정도의 부피가 되면 그 신문은 고물 장사에게 넘겨 꼬깃꼬깃한 몇 푼을 받아 당신의 쌈짓돈으로 삼았다. 그 신문은 우리 집안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신문은 그 자체로서 집안 생활의 문화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2년째 애독하고 있는 충북일보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배어 있어 독특했다. 중앙지와는 달랐지만 세상을 보는 색다른 안목과 깊은 심성은 그 못지않았다. 기자들이 전하는 목소리도 다른 기사들과는 음색이 달랐다. 고물을 주워 생계를 꾸리는 노인, 새벽부터 해가 저물 때 까지 농사일을 놓을 수 없는 허리 굽은 농부, 병든 몸 때문에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 지역 현안을 대하는 눈과 해법도 이채로웠다. 여기엔 기자들 각자의 진한 삶의 경험이 보태진 까닭일 테다. 이들이 아니라면 ‘여자 교도소 수용자들의 추석맞이’란 기사의 여자 수용자들을 누가 주목할 수 있었을까. 어느 기자가 여의치 않은 독거노인들의 생활상을 이처럼 안타깝게 전할 수 있을까. 충북일보의 기사는 기자들의 글 솜씨와 마음씨를 동시에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신문 독자들은 바로 그러한 인간적인 면을 신문을 통해 바랄 것이다. 아침마다 배달되어 오는 따스한 충북일보의 잉크냄새를 기다리는 독자들이 할아버지를 거쳐 아버지의 손을 타, 마지막으로 손자들에게까지 읽혀질 수 있는 신문으로 자리매김 하길 기대한다. 내일 아침, 애독자들은 취재기자들보다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문을 받아볼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희 <청원군청 문화공보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