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산행이야기 - 대청호둘레길 탐사를 마치고…

청남대 개방과 함께 수려한 자태 드러내
차별화된 '자연친화적 둘레길' 개발 바람

2010.09.17 01:13:52

'띵동띵동' 무심히 던져놓은 핸드폰이 울리고 메시지가 뜬다. '모월모일모시 대청호 둘레길 정비하러 갑니다. 시간되시는 분 연락주세요' 왜· 무엇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숱한 물음표 속에 궂이 이유를 대라면 펼쳐 자랑하고픈 것을 알고있는 사람의 여유라고 해야 하나 그러기에 감수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즐거움이고 보람이다. '내 돈' '내 시간' '내 힘' 우리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다. 레저토피아 탐사대를 이끌어가는 끈끈한 힘이 '3내' 원칙이었음을...

남다른 사명감도 사춘기적 호기심도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갖추어 세상밖으로 내보낸다는 것은 커다른 부담이었고 무거운 짐이었다. 2년여에 걸쳐 기획과 사전답사 수정과 보완 그리고 탐사 끝에 아직은 서툴지만 미흡하지만 대청호 둘레길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상을 꿈꾸며 나만의 여유로움을 즐기리라 마음 먹었었다. 그런데 날아갈 듯한 홀가분함도 잠시 스멀스멀 주변을 싸고도는 허전함의 정체는 무엇인지...한귀퉁이 묵직하게 들러붙은 궁금증은 무엇인지...습관처럼 길들여진 야생본능이려나...


사람들은 항상 도시를 떠나 어디론가 떠나려고 한다. 돌아오지 않으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연어의 몸 속에 회귀본능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몸 속에도 자연을 찾아 훨훨 떠나고 싶어하는 본능 같은게 있는 것일까· 우리가 산이나 바다를 보며 아름다움과 평화를 느끼는 것은 그 자연이 까마득한 원시시대의 환경과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상을 버텨갈 힘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동화되는 것만큼 최고의 처방전은 없다. 자연이 베푸는 휴식 속에서 눈과 귀를 열고 두발로 성큼성큼 움직이다 보면 일상에서 뒤죽박죽 엉켜있던 몸과 마음은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아간다.

지금 전국은 걷기열풍에 빠져있다. 자고나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상품들처럼 지역특성에 맞는 걷기 코스가 발굴 소개되고 있다. 민관 주도하에 화려하게 포장된 둘레길은 지역분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곳곳에 안내팻말과 쉼터, 산책로 정비등 세심한 배려로 이용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지만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보완과 보수는 차후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이에 반해 또하나의 민간인통제구역이었던 청남대의 개방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대청호는 수려한 경관과 함께 살아있는 자연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않는 오지의 불편함이 오히려 이미지가 되어버린 대청호 둘레길은 거의 자연 상태 그대로다. 아직 트레킹 코스가 완전히 개발되지 않았다.

지역민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대청호는 허물을 벗듯 속살을 드러내고 날이갈수록 찾는이들이 많아져 가지만 어쩌면 무조건적인 개발보다는 자연스러움이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는 자연친화적 개발과 보존, 보호의식이야말로 천편일률적으로 개발되는 다른 둘레길과의 차별화가 아닐까 싶다. 나아가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닌 대청호 주변이 갖고 있는 최상의 자연조건을 살려 사람과 하나되고 자연과 동화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명품 둘레길을 기대해 본다.

갈수리로 드러난 대청호 바닥을 빼곡하게 수놓았던 잔풀들, 소박한 마을 골목마다 야생화 천국이었던 소전리 벌랏마을, 청마리 윗청동 할머니의 호두농사는 잘 되었을까, 따뜻한 커피한잔에 대청호 사랑을 논하던 생명강교회 목사님은 교회를 다 지었을까, 밑바닥까지 드러난 추소리앞 호수는 수면 가득 푸르름을 담았을까, 방아실 앞마당을 가로지르던 수상스키는 아직도 날렵함을 뽐내고 있을까, 유유히 강가를 노닐던 고라니와 새들은 여전히 강가를 놀이터 삼아 놀고 있을까, 은빛 춤사위 넘실대던 대청호의 갈대숲은 또다시 걸팡진 잔치상을 준비하고 있을까

대청호의 가을이 궁금해지는 계절이다. 또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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