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정책제언 - 도계조형물

'중세·봉건적' 이미지 강하다
고드미·바르미, 과거 지향적인 모습 강조
원화랑·원낭자 등 도내 유사 조형물 많아
충북동쪽 7백리 백두대간 주목했으면

2010.09.26 19:11:12

충청북도는 지난 2001~2002년 기간에 지금의 도계 조형물인 '고드미'·'바르미'를 선정, 설치했다. 고드미와 바르미는 충북과 경계를 이루는 지점, 청주국제공항 진입로, 고속도로 나들목 등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이와 관련, 충북도는 올 상반기 1억5천만원의 예산으로 도계 조형물 주변을 '테마로드 조성' 사업으로 정비했다.

그러나 지금의 고드미·바르미가 충북 이미지에 대한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가, 또 미래성을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쪽부터 경북, 충남, 충북의 도계 조형물이다. 개인적인 주관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북 도계조형물인 '고드미·바르미'만 봉건적, 몰미래성으로 비춰지고 있다.

경상북도는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天馬圖)를 자도 상징 이미지로 선정, 충북과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 고갯길 곳곳에 교통 안내판과 조형물 등의 형태로 설치해 놓고 있다. <사진 참조>

개인적인 주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경북 천마도는 △신라의 고토라는 역사성 △힘찬 조형미에서 나오는 역동성 △그리고 하늘을 난다는 웅비성 등의 이미지를 안겨주고 있다.

역시 충북과 경계를 이루는 충청남도는 전통 건축물인 배흘림 기둥을 응용한 조형물을 지난 2005년 도계 도형물로 선정, 설치했다. <사진 참조>

배흘림 기둥을 8면·주홍색으로 처리한 이 조형물에서는 역시 개인적인 주관이 있을 수 있지만 △하늘로 솟구치려는 역동성 △로켓 모양에서 연상되는 충남도의 과학 이미지 등이 연상되 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고유의 기둥 선(線)인 배흘림은 보는 이에게 매우 친근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이에 비해 갓을 쓰고 댕기머리를 한 모습인 충북의 고드미와 바르미는 과거 지향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조되고 있다.

충북도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경제 선진화, 첨단과학 이미지 대신 중세·봉건적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명칭 고드미, 바르미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드미는 '곧게 자라라', 바르미는 '바르게 자라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주화된 사회에서 官이 民을 향해 '곧게 자라라'라고 훈시·명령을 하거나, 또 '곧게 자라자'라고 청유(請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

도계조형물에는 충북을 대표해 외부 손님으로 처음으로 맞는 기능이 주어져 있다. 이 경우도 외부 손님을 향해 "우리 충북도민은 곧고 바르게 자라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

또 "우리 충북도민은 모두 곧고 바르게 자란 사람들이오"라는 이미지적 해석이 가능하나, 이 경우도 당연한 상식과 도덕을 조형물로 다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도내에는 고드미 바르미와 유사한 조형물이 너무 많이 설치돼 있어, 이미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충북도내에는 고드미·바르미 처럼 양성(兩性)을 쌍으로 의인화시킨 조형물로 단양의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제천 박달도령과 금봉아가씨, 진천 원화랑과 원낭자는 등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조형물 역시 명칭을 가리면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과거 지향적인 이미지가 공통적으로 강조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드미·바르미마져 같은 이미지를 보이면서, 이른바 조형물 위계성에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광역 지자체와 기초단체 조형물이 등가로 취급되는 해프닝이 발생하고 있다.

충북의 과거 역사와 미래 이미지를 하나의 조형물로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 혹자는 "그래도 백두대간이 무난하지 않는가"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음성, 진천 등 도내 2곳을 뺀 나머지 지자체는 백두대간을 일정부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충북의 동쪽을 7백리 가량 흘러내린, 백두대간 그 안에는 △과거 역사 △현재의 이해관계 △녹색으로의 미래성 등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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