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정책제언 - 지자체 분수시설

문화적 궁합 상극에 가깝다
사찰 입구·하천 위에도 설치…혼란만 야기
음악 분수는 '야외 가라오케' 고성방가 조장
전반적인 재검토로 철거·이전 등 조치 필요

2010.10.04 20:04:55

서양인들의 자연정복 사상을 가장 잘 상징하는 것으로 분수(噴水)가 자주 거론된다.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만유인력 법칙에 의해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분수는 인공적인 동력 장치에 의해 일단 위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이른바 서양적 역천(逆天) 사상을 구현하고 있다.

서양인들은 삭막해 보이는 도시광장에서 동적인 미와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 분수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분수대는 도시, 인공, 광장 장식물 등과 동행하는 이미지를 지녀왔다. 이른바 폴리스, 아고라, 플라자 개념이 바로 분수가 있는 광장에서 생겨났다.

충북에는 이런 분수대가 도시광장이 아닌 산속, 내륙호수, 문화재 구역 심지어 사찰 입구 등에도 설치돼 있어 적지 않은 문화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 지자체 예산으로 설치됐거나 운영되고 있는 분수시설로는 단양 도담삼봉 음악분수대, 제천 청풍호 고사분수대, 충주호 음악분수대, 진천 농다리 분수대, 청주 무심천 분수, 청원 청남대 진입로 분수대, 보은 법주사 사하촌 분수시설 등이 있다.

대부분 자연 속에 설치돼 있는 가운데 이중 도담삼봉 음악분수대는 국가 명승지 내에서 대낮 고성방가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특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담삼봉~석문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도담삼봉 음악분수대는 돈(곡당 2천원)을 넣으면 분수대가 가동함과 동시에 반주음악이 나오는 야외 가라오케 형태로, 되레 '유원지 행락질서'를 어기는 셈이 되고 있다.

진천 농다리 분수대도 주관적인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와 분수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 참조>

진전 농다리와 야간 분수의 모습으로, "문화적 궁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또 청남대 진입로 분수대는 호젓한 시골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 '과연 분수의 문화적 배경을 알고 설치한 것인가'라는 지적을 계속 받고 있다.

법주사 인근의 사하촌 분수대도 도시 광장문화의 산물이 사찰이 있는 심산유곡에 설치됐다는 점에서 "문화적 궁합이 상극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청풍호, 충주호, 무심천 등 내륙호수나 하천 위에 설치된 분수대는 '광장+물'이 아닌 '물(水)+물(水)의 모습을 하고 있어, 역시 문화적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같은 지적이 아니더라도 국내에는 '분수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수대가 전국 곳곳에 너무 많이 존재, 외지 관광객 유인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기존 분수대와 설치 장소가 서로 문화적 궁합을 이루고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재검토, 경우에 따라서는 철거 내지 이전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물놀이형 분수의 수질이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이 부분도 정밀 검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8월 바닥분수 등과 같이 물과 직접 접촉하게 되는 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국민건강 보호측면에서 수경시설 수질관리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한편 분수시설 대체재로 자주 거론되는 인공 폭포수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동양적 순천(順天)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인공 폭포수도 전국적으로 너무 많이 설치돼 있으면서 차별성이 없고, 따라서 이제는 '도시의 명품이 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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