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자여, 그대 이름은 서민

2010.11.03 18:35:42

이경미

충북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

아침 일찍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딸아이의 뒷모습,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초췌해진 눈을 하고 돌아온 아들의 모습을 보자면 안쓰럽고 딱한 마음에 가슴이 짠하다.

더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한 것은 잠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노력을 해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큰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나이, 인생의 어느 시기보다 더 큰 꿈과 희망으로 생기가 넘쳐 흘러야할 봄날의 새순같이 고와야할 우리 아이들이 입시경쟁, 취업 경쟁 속에서 초라하게 시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속절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대부분 서민부모들의 마음을 장관님, 당신은 아는가?

하루를 벌어 하루를, 한 달 벌어 한 달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그래도 부모이기에 아들딸의 손을 잡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며 웃음 짓는 힘없고 돈 없는 서민부모들의 마음을 의원님, 당신은 아는가?

좋은 환경에서 자식을 공부시키고, 외교부다 국회다 이름만 들어도 부러운 고위직 공무원으로 특채시킬 수 있는 능력 있는 분들께서 서민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알까 하다가도 "서민을 보호하고, 약자를 위해 일하겠다고, 서민과 약자의 마지막 보루가 되겠다."는 감언이설에 한 가닥 희망으로 가슴 설레는 슬픈 자여, 그대 이름은 서민!

장관의 딸, 의원 아들의 특채 논란으로 자녀를 키우는 평범한 서민부모들의 가슴에 난 상처가 아직도 쓰린데, 며칠 전 뉴스에는 전직 국회의원들의 품위 유지비로 연금처럼 지급되는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이 연간 집행액 100억 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져 또 한 번 서민들의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고용직도 아니고 선거직인 국회의원들에게 연금을 준다는 것도 웃을 일인데, 회기마다 정당간의 이권투쟁으로 민생 법안처리를 뒷전으로 미뤄놓기 일쑤인 국회의원들이 이 연금법을 개정하면서는 191명 중 187명이라는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국민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서인지 입법 예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상임위 심의나 본회의 안건 상정조차 장막에 가려졌었다고 하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정직해라, 최선을 다해라' 말하는 부모들을 무능력하다 비웃지는 않을까 두렵다. 德者는 才之主 요, 才者는 德之奴니 有才無德이면 如家無主而奴用事矣니 幾何不??而猖狂이리오. (덕자는 재지주요 재자는 덕지노니 유재무덕이면 여가무주이노용사의니 기하불망량이창광이리오) 덕성은 재능의 주인이요, 재능은 덕성의 종이다. 그러므로 재능은 있으나 덕성이 없다면 마치 집안에 주인이 없고 종이 일을 제멋대로 하는 것과 같다. 어찌 도깨비가 날뛰지 않겠는가! 하는 뜻으로 재주는 있으나 양심과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 것을 경계한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염치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높은 분들 때문에 도깨비가 날뛰듯 사회가 어지럽다.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나라 일을 하는 분들이 국민을 걱정해?주고 편히 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이 늘 정치인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걱정해 줘야 한다.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서는 변변한 준비하나 제대로 못하고 살아가면서 평균 재산 20억 이상인 국회의원 노후준비까지 떠맡아 신음해야하는 슬픈 자여, 그대 이름은 서민!

이 또한 재주만 있고 덕성이 부족한 자를 선택한 우리들의 책임이라면 할 말은 없다.

다음 선거를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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