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김치, 맛있는 나눔

2010.11.10 18:15:04

한전복

어린이재단 초록우산 충북지역본부장

우리가 현재 대중적으로 먹는 배추김치는 빈부격차가 극심했던 일제강점기 당시에 는 '귀족의 반찬' 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방 이후, 경제 상황이 다소 나아지면서, 상류 문화가 중하층에 스며들면서 배추김치를 너도나도 먹게 되었다고 한다. 잡곡밥과 배추김치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1960∼70년대 한국 서민들의 일상이 됐다. 부자 김치가 서민 김치로 진화 한 것이다.

우리의 식탁문화를 논하려고 할 때 김치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건강과 입맛을 책임지는 것이 김치다. 하지만 지난 10월 배추 파동으로 인해 식탁에서 김치가 사라질 위기를 겪었고, 심지어 식당에서는 김치 구경하기가 어려웠으며, 설령 김치를 준다고 해도 아주 소량을 주었다. 추가로 김치를 먹으려면 돈을 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급기야 정부가 배추 값 안정을 위해 중국산 배추를 시중에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분명한 것은 시장의 불안심리는 안정을 되찾았다고는

하지만 작년에 비해 올 김장은 서민들에게는 金김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들 한다.

김장 비용이 작년과 비교해 3∼4배 정도 더 들것이라는 언론매체의 소식에 김장을 포기해야겠다는 집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경희(여,가명)가 생각났다.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작은 반 지하에서 살며, 관절염과 통풍으로 인해 올해 유독 활동이 어려워진 경희네 할머니는 연일 상승하는 물가와 무릎관절의 통증으로 인해 김장을 포기했다고 하시면서 어린이재단에 김장김치 후원이 들어오게 되면 손녀만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적은 양이라도 좋으니 후원을 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 손녀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지지만, 金배추 파동 이후 다소 안정을 찾았다는 배추 및 각종 양념류의 가격은 여전히 빈곤 가정에는 턱없이 비싸기만 하다. 또한 높아진 물가만큼이나 높아진 나눔의 장벽에 김치 나눔을 요청하는 할머니에게 어떤 확답도 줄 수가 없는 상황이라 사회복지현장에서 종사하는 사람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경희네 이야기처럼 식탁 위 배추김치의 부재가 가져온 상실감과 충격은 단순히 반찬 가짓수가 줄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빈곤가정의 경우 김장김치가 기나긴 겨울나기에 필수적인 준비물이다. 작년 조손가정의 할머니께서 김장김치를 후원받으시면서 올 겨울나기 준비는 모두 끝났다. 말씀하시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시는 것을 본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 서민들 특히, 빈곤가정의 김장김치는 우리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도 어린이재단에서는 빈곤가정의 아동들을 지원하고자 "맛있는 김치, 맛있는 나눔"이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힘들지만 함께 동참하는 나누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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