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국어 제대로 알고 쓰자 - 직장 내 언어예절

화장실에선 서로 목례 나누면 충분
퇴근시 상사에 '수고하세요' 부적절

2010.12.20 01:42:58

높임법 중에 '압존법(壓尊法)'이란 게 있다. 듣는 사람이 주체나 객체보다 높을 때 높임의 쓰임이 보류되는 표현이다. 쉽게 말해 윗사람 앞에서 그 사람보다 낮은 윗사람을 낮추는 방식이다.

예컨대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진지 잡수시라고 하셨습니다'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진지 잡수시라고 했습니다'로, '(선생님에게)홍길동 선배께서 알려 주셨습니다'는 '홍길동 선배가 알려 주었습니다'로 바꿔 말해야 한다.

이 같은 압존법은 주로 가정 및 사제(師弟, 스승과 제자) 간 적용된다. 직장 내 적용 여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으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통설이다. 직장 내 압존법은 일본식 어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평사원이)사장님, 김 부장 어디 갔습니까?'는 '사장님, 김 부장님은 어디 가셨습니까?'로 바꿔 말해야 한다. 즉, 윗사람에 관해 말할 때는 듣는 사람의 직급 여하에 관계없이 '-시-'를 넣어야 한다. 반면 말하는 이가 '김 부장'보다 윗사람이라면 전자의 표현이 옳다.

그러나 '사장님, 김 부장님께서는~' 같은 과도한 높임은 자칫 사장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높임법 못지않게 직장 내에서 중요한 언어예절은 인사법이다. 잘못된 인사는 예의 없는 직원으로 낙인되는 지름길이다.

직장 내 대표적 엉터리 인사는 '좋은 아침'이다. 이는 영어의 'good morning'을 직역한 말로 우리나라 어감과는 맞지 않는다. 그냥 '안녕하세요?'로 말하면 된다.

퇴근할 때 인사법도 각양각색이다. 듣기에 따라 불쾌할 수 있는 말도 있다. '수고하세요'가 대표적이다.

이 표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계속 고생해라'는 말로 들릴 수 있어 윗사람에게는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수고하세요' '수고하십시오'처럼 명령형이 아닌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표현은 무난하다는 의견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과 상관없이 '수고'라는 단어 자체에 불쾌감을 나타내는 상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냥 '먼저 나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속 편하다.

과도한 인사도 거부감의 대상이다. 한 사람에게 소리 내어 인사하는 것은 하루 한 번이면 충분하다. 다시 마주칠 땐 목례를 하면 된다.

화장실에서 큰 소리로 인사하거나 말을 거는 것도 좋지 않다. 볼일(?)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도 목례면 충분하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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