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만 가득한 장례비용 - 상조회 가입 득과 실

납입금+a '돈먹는 하마'

2010.12.21 18:29:14

청주에 사는 박모(49)씨는 최근 모친상을 치르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상조상품에 가입해 회비만 납부하면 추가비용 없이 모든 절차가 진행될 줄 알았으나 오히려 비용이 더 들어갔기 때문이다.

박 씨는 350만원의 상조회비를 그동안 매월 2만8천원씩 125차례에 걸쳐 납부했다. 상조회사에서는 박 씨가 장례를 치르는 3일 동안 장례지도사 1명과 도우미 4명, 관·수의·상복·향로 등 장례용품을 제공했다. 운구용 리무진차량 1대와 장의버스도 포함됐다.

그러나 추가비용이 문제였다. 3일간 빈소 대여료와 안치실 비용으로 140만원을 장례식장에 추가로 지불했다. 제단꽃 50만원, 염습비용 60만원도 들었다. 조문객들의 식비로 200만원이 추가됐다. 식사에 필요한 접시와 수저·컵·화장지 등 잡다한 소모품 비용도 지불했다.

상조회사에서 파견된 도우미 4명은 하루에 딱 8시간만 일했다. 더 일을 시키려면 추가비용을 내야 했다. 상조회사에서 보내 준 장의버스도 왕복 200㎞까지만 무료였다. 장지인 경북 구미까지 거리는 125㎞. 추가비용 20만원이 더 들었다.

마지막으로 선산에 묘를 쓰는데 900만원이 소요됐다. 묘지 조성과 비석·향로석을 설치하는데 들어간 비용이다.

박 씨는 "모친상을 치르기 위해 상조회비 외에 1천400만원의 추가비용을 더 냈다"며 "따져보니 상조회사에 가입해 회비를 내는 것보다 장례식장 물품을 사서 쓰는 게 저렴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상조회사 측은 품격높은 장례를 위해서라면 고비용을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상조회사 관계자는 "상조회사가 일반 장례식장과 가장 다른 점은 전문 장례지도사가 모든 과정을 처리해 준다는 것"이라며 "장례절차를 모르더라도 상조회사의 도움으로 편하고 격조가 보장되는 장례를 치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상조회사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벌이에만 급급한 상조회사들이 줄줄이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조업계 1위를 달리던 보람상조 대표가 횡령혐의로 지난 8월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업계 2위인 현대종합상조 대표도 같은 혐의로 지난 10월 구속기소됐다. 또 중견업체인 신라상조와 국민상조 대표도 지난 달 같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상조업계 대표들이 연이어 법원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장례문화연구원장 정음스님은 "어려운 일을 당한 상주를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도와주기 위해 시작된 것이 전통적인 상조사업"이라며 "지금은 상조회사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귀한 전통을 변질시켰다"고 비난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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