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마음으로 한 해 마무리하자

2010.12.22 16:22:52

한 해가 저문다. 2010년 경인년, 호랑이 모습을 한 우리 한반도는 순탄치 않았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보람일까, 아쉬움일까. 분명 저마다 느낌이 다를 것이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을 멋지게 일궈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람과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며, 자랑스럽고 뿌듯할 것이다.

부러워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자신의 달라진 가치를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아쉬움과 회한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올해에 하고 싶었던 일을 이루지 못한 것도 있지만,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한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기어코 저지른 것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는 짠한 마음이 왜 없겠는가. 이런 여러 사연들이 한 해를 보내고 마무리를 해보는 시점에서 복잡하게 엉켜 있을 것이다.

2010년 경인년은 100년 전 한일강제합병, 60년 전 6.25전쟁이 발발한 해로 그 시절을 상기하면서 치욕과 살육이 이 땅에 다시는 없기를 다짐해 보지 못한 채, 3월 천안함 사건, 11월의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군사도발이 있었다. '일촉즉발의 전쟁'이라는 긴장 속에서 우리 군은 12월 20일 연평도 인근 영해에서··자위권 차원의 통상적인··명목으로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이를 두고 북한의 협박,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시비비가 일었다. 국내에서는 "해야 된다", "해서는 안 된다"로 논쟁이 분분하여 우리들의 마음을 온통 불안케 했다. 이처럼 우린 올 한 해를 어느 해보다 국내외적으로 긴장을 가지고 살았다. 이제 경인년 한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우린 긴 시간동안 몹쓸 마음 고생을 했지만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웬 고마운 마음·" 하며 반문할 수도 있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바로 고마움의 근원이다.

혹시 내가 실수를 했다면, 그 실수를 갚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누구에게 큰 잘못을 했다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용서를 청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그것이 내가 살아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남에게 받은 커다란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것은 내가 건강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며, 이는 내가 살아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우리는 일상에 바쁘게 살다 보면 감사해야 할 것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부모님이 있어도 소중한 줄 모르고, 친구가 있어도 고마움을 모르며, 직장이 있다 해도 감사할 줄 모른다. 이들의 존재에 대해 무심한 이유는 살아 가면서 남과 쓸데없는 비교를 하는 데 이력이 나 있기 때문 아닐까.

남은 잘 사는데 나는 못살고, 사촌은 땅을 샀는데 나는 땅을 팔고…, 이런 식으로 항상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다 보면 모든 것이 한스럽기만 하고 고마움을 잃는다.

생각을 바꿔 보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도 없고, 늦은 밤 들어가도 왜 늦게 오느냐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집에 산다면 그 얼마나 비참할까. 주변을 살펴보면 나보다 어렵고 더 고달픈 삶을 살고, 아픔과 고통으로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들을 감싸는 기회를 갖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더욱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사다난 했던 경인년, 호랑이해는 우리 곁을 떠나가고 새로운 신묘년 토끼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미처 돌보지 못했던 일들을 마무리 하면서 낮은 마음으로 내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크게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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