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나는 가축 전란의 교훈

2011.02.16 16:08:34

유병택

증평향토문화연구회장

말 못하는 죄뿐이 없다. 아직 나는 더 살 수 있는 건강체입니다. 왜 내가 모듬의 학살대상으로 매몰되야만 합니까·. 초롱초롱한 눈가에 맺인 눈물로, 발버둥치며 살려달라고 주인에게 호소하지만 어린송아지와 돼지새끼는 흙속으로 묻혀야만 했다. 강원도 어느 살처분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암소에게 안락사를 시키기 위해 근육이완제 석시콜린을 놓았다. 이제 어미 소는 10초에서 1분 사이에 숨을 거두게 된다. 이때 어미의 고통을 알 리 없는 어린 송아지 한마리가 어미 소에 다가와 젖을 달라고 보채였다. 그때 어미 소는 태연히 젖을 물렸고 다리를 부르르 떨면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3분을 버티며 젖을 먹였다. 보통 소의 안락사 시간보다 120여배를 더 버티며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모정애에 현장에 있는 요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한다. 아무 영문도 모르는 어린 송아지는 어미 소와 함께 나란히 묻히었다.

괴질 전란으로 죽어가는 소와 돼지는 어쩔 수 없는 자연환경의 재앙(災殃)이라고 치우하더라도 예지중지 키워온 주인의 찢어지는 가슴은 어찌한다 말인가. 우리 마을 사육농가 한사람은 돼지 1.700여두를 매몰한 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슬픔에 몇 주일째 두문불출하고 있다. 경기도 한 사육 농가는 피 같은 자산을 모두 잃고 거리로 내 몰리고 견디다 못해 죽음을 선택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살처분 현장에서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밤낮 없이 누비는 공무원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적인 질환이 발생해 고통을 겪고 있다하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이와 같이 수개월에 걸쳐 우리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주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서, 몸이나 옷에 묻어서 감염되고 그 전파속도는 순식간이어서 엄청난 피해확산이 대단히 높다한다. 작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한 소· 돼지의 괴질 전란은 멈출 질 모르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현재 구제역의 괴질 전란으로 전국 10개 시· 도에서 소 142,047두, 돼지 3,097,391두 모두 3,239,438두가 매몰 되었으며 그들은 전국 4,216곳에 분산 매몰되었다는 통계를 보았다. 이제부터 이 땅에 자연과 더불어 인간에게 닥쳐올 제2의 환경재앙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살처분 되는 소. 돼지에 매몰이 비정상적인 땜빵식 매설이 되었다면 그 후 불어 닥칠 환경 재앙이 더 크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비탈진 곳에 묻힌 가축이 벌써 밖으로 밀려나오고, 배수처리 되지 않아 핏물과 썩은 폐수는 지하수를 타고 토양을 오염하고 식수마저 먹지 못하여 사람에게까지 무서운 재앙이 불러올 수 있다 한다. 이미 2천5백만명의 먹고사는 팔당상수원은 보호구역으로부터 15㎞이내 지역에 매몰이 77곳, 수질특별대책지역 내에 137곳, 급경사지역 8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충북에도 하천으로부터 30m이내에 만들어진 매몰지도 5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해빙기와 장마철에 매몰지가 붕괴하거나 침출수가 하천에 유입되어서 상수원과 지하수 오염을 염려하고 있다. 이제 청정지역은 이 땅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는 구제역 등 가축 질병에 대한 검사와 연구를 정부기관에만 독점케 하지 말고, 해빙기이전에 매몰지를 다시 한 번 점검 관리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금번 가축전란을 통하여 동물은 인간의 먹을거리만이 존재가 아니고 인간과 동일한 지구의 한 가족으로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인간은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육식을 줄이고, 채식 위주의 음식문화도 한가지 방법일 수 있다. 지금처럼 동물을 학대하고 먹을거리로만 대할 경우, 동물들의 아픔이 머지않아 고스란히 인류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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