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수도 청주, 생명의 숲 청주

2011.04.13 18:37:05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핀란드 수도 핼싱키에서 승용차로 1시간여 달리면 전원형 예술인마을 '피스카스 빌리지Fikars Village'가 방문객의 눈과 귀를 맑고 향기롭게 만들어 준다. 산속의 마을에 오래된 건물이 40여 채 있는데 모두 예술인들의 갤러리나 작업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랜지색 손잡이 가위로 유명한 공구회사 피스카스 공장이 있던 곳인데 1977년 석유파동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공장을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마을 전체가 흉물이 되자 예술인 입주를 추진, 생기를 되찾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조각가, 도예가, 유리작가, 가구디자이너 등 150여 명이 입주해 있고 오픈스튜디오 형식으로 운영되면서 연간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있다. 크고 작은 전시회와 공연, 위크숍과 심포지엄, 판매와 교류사업 등을 전개하면서 동화속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테마파크로 발전시켰으며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공구회사 역시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필자가 몇 해 전 그곳을 방문했을 때 핼싱키대학 교수인 가구디자이너, 세라믹 아티스트 등 예술가들이 창작의 꿈을 펼치는 현장을 꼼꼼히 살피고 그들의 속살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자작나무 숲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영감을 얻고, 예술을 사랑하며 사는 모습은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오달지고 마뜩하다.

일본 가나자와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옛 방적공장이 1919년 문을 닫자 가나자와시에서는 1996년에 이 건물을 매입, 재활용에 들어갔다. 이곳에는 예술문화활동을 하는 30여 개의 시민극단과 음악, 연극, 전시 등이 연중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으며 24시간 개방함으로써 이용자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도시 전체가 생태숲과 호수로 둘러싸여 있고 일본 전통의 가옥과 음식과 공예로 특화시키면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하였다.

그렇다면 녹색수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청주에도 피스카스 빌리지나 가나자와 같은 역사와 문화, 생태와 삶이 조화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필자는 이 같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여러 날에 걸쳐 시내 곳곳을 둘러보았다. 청주정신을 찾고 청주만의 DNA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그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축약되었다.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한 생명의 숲, 무심천을 중심으로 한 소통의 숲, 명암유원지와 산성을 중심으로 한 문화의 숲이 그것이다. 생명의 숲은 청주 관문인 가로수길의 감동과 느낌을 그대로 살려 청주의 랜드마크를 만들자는 것이다. 청주시가 최근에 시동을 건 천만그루의 나무심기를 이 일대와 연계함으로써 생태의 공간, 사계절 녹음이 우거진 녹색공간을 만들면 좋겠다. 33.5km에 달하는 무심천 젖줄에 청주사람들만의 행복한 쉼터를 조성하면 좋겠다. 하천에 맞는 수종의 나무를 심고 웰빙과 웰니스를 실천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새로 식재하는 나무는 모두 경제목이어야 한다. 자랄수록 애물단지가 되는 나무가 아니라 해를 거듭할수록 피가 되고 돈이 되며 희망이 되는 나무이어야 한다. 가구 원료로 사용하고 식자재로도 쓰이며 열매를 수확해 지역경제에 이익이 되는 한편 살아있는 생태교육, 공예교육의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

명암지 일원을 슬로우밸트와 문화밸트로 엮으면 좋겠다. 국립청주박물관에서부터 상당산성에 이르기까지 때묻지 않은 공간을 활용해 문화예술촌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살펴보니 50년대의 주택, 낡은 호텔, 방치된 상가건물이 의외로 많다.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활동을 하고 방문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산성고갯길과 성곽을 연결하는 둘레길을 조성하면 금상첨화다. 과거와 현재, 역사와 문화, 생태와 생명이 만나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정갈한 도시,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며 그 속에서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조하려는 열정, 세계와 호흡하며 작은 소망과 꿈을 실천하려는 소박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문화…. 아,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비루하고 누추한 우리가 이런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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