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영의 친일 행적에 관한 고언

2011.04.13 18:37:20

김승환

충북대 교수 /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대략 일년 전인 2010년 4월 17일,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가 <친일인명사전>을 신채호 선생의 동상에 헌정(獻呈)한 것이다. 강철같이 살았고 절통하고 참절하게 타계한 단재 신채호 선생께 <친일인명사전>을 바쳤다는 것은 상징적인 일이다. 또한 최근에 헌법재판소는 <친일인명사전> 발간과 관련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합헌임을 확정한 바 있다.

친일과 항일은 한국사 150년이 걸린 문제이고, 분단의 고통이 서린 난제이며, 오늘의 한국인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생각해 보면, 21세기의 한국인에게 심대한 고통을 주고 있는 분단모순(分斷矛盾)도 일제의 식민지배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가령 한반도 전체를 뒤흔드는 천안함 사건이나, 북한[조선

]에 대한 식량지원, 연평도 포격, 독도 문제 등은 모두 분단 때문에 야기된 사건이다. 그런데 그 분단은 일제의 조선지배가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분단모순의 원인이 식민지배이므로 과거에 대한 냉철한 역사인식이 없다면 민족 정체성 확립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미래를 전망할 수도 없다. 바로 이 중차대한 문제에 충북 음성 출신의 소설가 이무영이 걸려 있다.

일찍이 임종국은 <친일문학론>에서 이무영의 여러 작품들이 일제의 식민지배 정책에 부응한 소설임을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해방공간 이래로 이무영의 친일은 학계의 정설이었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오히려 이무영은, 추앙받는 문단의 원로(元老)로 기록되고 있다. 반면 같은 음성 출신의 김용제(1909 - 1994)는 해방 이후, 친일을 반성하면서 절필을 선언했다. 비록 친일을 했지만 깨끗하게 과오를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이무영보다 훨씬 높은 명망을 얻었고 실력을 인정받았던 김용제의 태도야말로 자기처벌과 자기책임을 실천한 작가다운 반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친일을 비판할 때는 원칙이 있다. 단순한 친일, 잘 몰라서 한 서민들의 친일, 정말 어쩔 수 없이 한 친일까지 문제를 삼는 것은 아니다. 신념을 가지고 민족을 배신했고 그러면서도 그것이 민족을 위하는 것이라고 합리화한 경우만 문제를 삼는다. 그런 경우에도 자기를 반성하고 민족에 사죄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전혀 다르다. 이무영은 음성 출신 김용제나 청원 출신 김기진 그리고 옥천 출신 정지용과 달리 최소한의 사죄나 반성의 표현이 없었다. 이것을 흔히 적극적인 친일이면서 반성조차 하지 않은 '일급친일'이라고 한다. 필자는 <친일문학론>을 쓴 임종국 선생을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반드시 징치(懲治)해야 할 일급 친일문인'으로 이무영을 강조하던 나직한 목소리를 지금도 기억한다.

한때 이무영의 작품 <제1과 제1장>이 국어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이나 <흙의 노예>는 일제의 식민지배에 부응하고자 창작된 친일소설이다. 그러니까 조선총독부가 농촌으로 소개(疏開)할 것을 권고한 귀농(歸農)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에 해당한다. 나름대로 문학성은 상당하지만 창작의 동기나 배경으로 볼 때 친일소설이 완연하여 이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없다. 그 외에 <청기와 집>을 비롯한 이무영 소설의 내면텍스트를 분석해 보면 더욱 더 선명해지는 '일급친일'이다. 필자는 개인 이무영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 친일과 무관한 소설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이무영을 논할수록 지하의 이무영 자신이 수치스러워지고 문학사의 왜곡에 분노하게 되므로 앞으로는 그런 오류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사안은 민족과 국가와 충북이 모두 걸려 있는 정신사(精神史)의 문제다. '민족의 죄인'으로 합법적으로 명시된 이무영을 추모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겠는가· 특히 충북 음성군이 2009년 11월 8일, <친일인명사전>에 주요 친일인사로 공식화된 이무영에 관한 행사를 후원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친일인명사전>에 이무영의 친일행적이 객관적으로 기록되어 있거니와 훗날 이무영을 추모하고 비호한 행적 역시 개정판 <친일인명사전>에 기록될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분들께서는 이런 비판적 고언(苦言)에 감정적으로 반응할 것이 아니라 지혜롭고 정의롭게 생각해 볼 것을 정중하게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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