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좀 하고 삽시다

2011.05.11 18:33:18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우리 어린 시절과 지금을 대비 시켜보면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내가 59년 돼지띠인데 당시는 갈치, 도루묵 등과 같은 생선이 값 싼 음식이었다. 이에 비해 지금 건강 상 잘 안 먹는 육류는 명절과 아버님 생신 때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물론 과일과 야채도 싼 음식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싼 음식이 지금은 고급 음식이 되어 버렸고 당시 비싼 음식은 지금 그다지 비싸지 않으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하기사 무엇보다 우리 어린 시절 김밥은 얼마나 귀한 음식이었는가. 1년에 소풍갈 때나 맛 볼 수 있는 귀하고 귀한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동네 분식집에서 아주 싼 가격으로 사 먹을 수 있으니 이것 또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아무튼 음식은 그렇다 치고 당시와 지금을 대비해 보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욕실과 화장실 아닌가 싶다. 당시는 화장실이 아니고 구멍만 뚫려있는 곳에 쪼그리고 앉아 대변을 보았는데 심한 경우 똥물이 튀어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어디 그 뿐 인가. 지금처럼 비데나 밑 닦는 화장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신문 종이나 달력 종이로 밑을 닦았다. 거기에 똥차가 오면 몇 통 퍼 갔는지 숫자 세었고 똥차 한 번 다녀가면 동네 여기저기 똥의 잔해가 널려 있기도 했다. 목욕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야 어느 집이든 욕조와 샤워기가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와 목욕하고 살지만 당시는 욕조 있는 집이 없었다. 따라서 목욕 한 번 하려면 동네 목욕탕엘 가야 했는데 목욕탕 가는 날도 거의 정해져 있었다. 1년에 딱 두 번 설날과 추석이다. 이 날은 새벽부터 동네 목욕탕이 미어터졌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손에는 때밀이 수건이 들려있었고 완전히 때와 사생결단을 내고자 몸이 벌게 질 때 까지 때를 밀고 또 밀었다. 그저 간단히 샤워하고 나오면 되는데 당시는 일찍 나오면 본전 아깝다고 모두 한 시간 이상씩 죽치고 앉아 때를 밀고 또 밀었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지금 화장실에 욕조, 샤워기, 비데와 고급화장지를 두고 살고 있는 것을 보면 그 간 얼마나 잘 살기 위해 몸부림 쳤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부모님들이 굶주린 배 움켜지고 자녀들 공부시킨 결과이며 당시 오죽하면 대학을 우골탑이라고까지 했겠는 가.

이렇게 자란 세대들이 일하고 일 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아무튼 옛날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는데 그건 그렇고 요즘 나처럼 욕조시설을 잘 활용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샤워도 자주 하지만 샤워 뿐 아니라 아침, 저녁으로 반신욕을 두, 세 번씩 한다. 한 번하면 30분 정도를 하는데 하고나면 몸에서 땀이 쭉 빠지면서 얼마나 개운한지 모르겠다. 그런데 반신욕이나 목욕하고 나올 때 참 재미난 일이 하나 있다. 목욕하기 전에는 내 옷에서 냄새가 나는 지 전혀 모르겠는데 목욕을 마치고 나서 옷을 입을 때 보면 내 옷에서 안 좋은 냄새가 바로 느껴진다.

그래서 목욕 마치고 나면 속옷부터 모두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목욕하기 전에는 내 옷에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오로지 깨끗하게 내 몸을 씻고 나왔을 때만 퀴퀴한 내 옷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참에 정치하시는 분들께 한마디 하고 싶다. 도무지 위정자들은 목욕을 안 한다.

목욕을 해야 자기 옷에서 얼마나 냄새가 나는지 알 수 있을 텐데 목욕을 하질 않으니 이를 전혀 모른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민초들 뜻을 헤아리지 않는다. 어디 정치권 뿐 일까. 작금의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목사님들이 목욕할 생각을 전혀 안 하니 교회가 얼마나 냄새가 나는지 모르겠다.

썩어빠진 냄새가 진동하는 목사님들과 교회를 바라보면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만 불쌍해 보일 뿐 이다. 위정자나리님 그리고 목사님, 제발 목욕 좀 하셔서 더러워 진 자신의 몸을 씻어내시고 그 결과 입고 계신 옷에서 악취 진동 좀 안 하게 해 주십시요. 사방 천지에 널려 있는 게 목욕 시설인데 왜 목욕 하실 생각을 전혀 안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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