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대모 박병선 박사

2011.06.01 18:54:43

이옥규

대한미용사회 청주시흥덕구지부장

얼마 전 모 방송국의 여기자로부터 우연히 박병선 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50여 년 전 유학생으로 프랑스에 건너가 파리 국립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직지심체요절을 비롯한 외규장각 도서 2백 98권의 존재를 찾아내어 우리나라에 알렸던 박병선 박사 대한 안타까운 현실 이야기였다.

고국을 위해 일한 대가로 스파이의 누명을 쓰고 일자리까지 잃었지만 끊임없는 연구로 외규장각 목록과 번역본, 그리고 조선왕조 의궤연구의 초석을 마련하였던 그녀가 지난해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세 차례에 걸친 수술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고 있지만 머물 곳이 없어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직지축제 등으로 청주에 초청받았을 때도 지인들의 집에서 머물곤 했지만 이제는 아픈 몸이다 보니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환수의 일등공신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세상에 알렸던 인물이 고국으로부터, 직지의 고장 청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관련 자료들을 비롯해 3.1운동 보고서 등 각종 독립운동 자료도 상당히 많은 모양이나 병으로 인해 이 자료들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도 지체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초조함에 하나라도 더 번역해서 한국에 알리자는 신념으로 연구에만 매진하려 하지만 장을 절제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돌보아주는 사람도 하나 없는 상황인지라 안타까움만 더 할 뿐이다.

더구나 얼마 전 외규장각 도서 환수문제로 프랑스를 방문한 대통령께 한국에서 거처할 곳을 부탁드렸지만 아무런 확답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한민족의 대표적인 유산 직지를 세상에 알린 직지의 대모 박병선 박사를 고국으로 모시고 오는 일에 직지의 고장 청주시와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를 감히 청해본다.

그녀의 바람대로 온 생애를 바쳐 연구해온 것을 우리 고장에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거처를 마련해 드리고 모셔올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박병선 박사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청주, 아니 나아가 우리민족 전체를 위한 일임을 확신한다.

고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외면한다면 앞으로 누가 이 나라를 위해 한 생을 바치려 하겠는지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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