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2011.06.08 18:55:15

유병택

시인, 충북문인협회회장

어느 시인이 세월은 망각의 강이라고 말했다. 흔히 사람들은 자기를 낳아주고 기른 부모는 귀히 알고 있지만 부모를 존재케 한 윗 조상들은 잊고 살아가기 쉽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오늘의 국가가 당면한 시정들에만 여념이 있고 지난날에 국가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선열들과 민족이 치욕적이고 처참했던 뼈아픈 6.25사변의 기억들은 점차 잊혀지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6월은 호국의 달이다. 6월 1일은 제1회 의병의 날, 6일은 56주년이 되는 헌충일이고 25일은 6.25사변이 일어 난지 61번째 맞는 날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현충일은 국가 보존을 위하여 희생한 선열들을 기리며 그들의 공헌을 온 국민이 되새겨 보자는 뜻에서 국가제전일로 정하고 그 나라의 가장 큰 기념일로 최고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메모리얼데이(Memorial Day), 영국의 포피데이(Poppy Day), 호주의 앤잭데이(Anzac Day)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헌충일의 경우, 국립묘지와 일부 행정관서의 현장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도 현충의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모두가 곰곰이 되새겨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 많은 열매를 맺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로운 죽음과 희생이 밑거름이 되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 공동체가 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숙연한 감사를 드렸으면 한다. 그래야만 국가를 위하여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진정한 예의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튼튼한 나라의 미래도 보장 될 수 있다.

몇 년 전 4월에 경기도 파주에서 앤드루 영국왕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영국군 6.25 참전 기념행사를 비롯하여 매년 호주, 뉴질랜드 및 캐나다 등 우방국들이 찾아와서 참전기념행사가 6.25사변의 여러 전적지에서 거행되고 있다. 백발이 성성한 그들은 옛 전적지를 돌아보며 무모한 동족상쟁 6.25로 잿더미가 되었던 이 나라가 오늘의 세계 11위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을 보고 놀라운 감회를 금치 못한다는 말을 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이었지만 비참하였던 6.25사변을 체험하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6월이 되면 그 때 처절했던 기억을 되살리곤 울분을 삼킨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는 6.25전쟁의 실상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아서 인지 추모행사가 그저 역사 기록에 의해 의례적 연례행사로만 느끼는 것 같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연휴가 겹쳐서인지 전국 곳곳의 유원지와 축제마당에는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에는 오후까지 4만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고, 대구 우방랜드, 경주월드 등 지방의 유원지에도 하루 종일 놀이객들로 북적댔다. 해운대해수욕장을 비롯한 부산의 해수욕장에는 20만명 넘는 인원이 몰렸고 무주 반딧불 축제, 강릉 단오제에도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현장을 찾아 즐겼다 한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현충일에 조기(弔旗)를 계양하지 않으면 부끄려워 했다. 헌충일의 조기는 애국선열의 넋을 위로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국민정신교훈의 뜻도 있다. 강원도 지방언론 보도에 의하면 춘천시내 관공서와 공공기관 조차 40% 이상이 조기를 달지 않았다고 한다. 청주시내를 비롯한 우리 충북에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사회에서나 위국헌신 정신은 가장 존엄한 가치로 인식되어 왔다. 6월이 주는 의미는 선조들께서 나라를 위하여 공헌하심과 희생을 온 국민이 되새겨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다시는 동존상쟁의 어리석은 전쟁만은 범하지 말고,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자는 다짐의 달이다. 비록 헌충일은 지났지만 남아있는 6월이라도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되살려 국민화합과 단결의 구심점 삼아, 국가공동체 의식을 굳건히 다지는 '호국 보훈의 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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