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용 청자는 고려의 독창적인 작품"

충대 이종민교수 주장
중국 송·원나라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
하나같이 '王'자 음각으로 새겨져 있어
왕실 등 당시 최고위층만이 사용한 듯

2011.06.20 18:38:27

청자쌍용필가(우)는 중국의 기형을 모방했으나, 국보 제 96호인 청자구용형주자(靑磁龜龍形注子)는 고려에만 존재했던 용형상이었다.

국보 제 96호인 청자구용형주자(靑磁龜龍形注子)는 중국에는 전례가 없는 고려만의 독창적인 기형(器形)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이종민 교수가 얼만전 학술지 역사와 담론에 '고려청자 용장식의 문양적 계보와 편년'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중국의 용(龍)은 신석기 시대에 처음 등장했고, 우리나라에는 한사군 시기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용문양 장식은 이후 삼국시대 각종 유물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나, 노출빈도가 압도적으로 많아진 시기는 고려였다.

고려 조정은 왕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의장에 용문양을 사용했으나, 일반 백성들의 이용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했다.

'정종(靖宗) 9년 4월에 중외(中外)의 남녀가 비단에 금으로 수놓거나 용봉(龍鳳)의 무늬를 새긴 의복을 입는 것을 금하였다.'(靖宗九年四月, 禁中外男女, 錦繡·銷金龍鳳紋·綾羅衣服)-<고려사 금령조>

그러나 고려청자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용문양은 중국 대륙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고려 도공들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청자쌍용필가(고려·사진)와 요삼채쌍용필가(요나라) △청자용장식향로(고려)와 청자용장식향로편(송나라) △청자상감용문매병(고려)과 백자정화용문매병(원나라) 등이 닮은꼴 모양을 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현존하는 이들 자기류는 색상은 다소 다르나 기형은 매우 유사, 고려 도공이 중국 형상을 차용했음을 추정케 하고 있다.

그러나 국보 제 96호인 청자구용형주자(靑磁龜龍形注子·사진)는 중국에는 전례가 없는, 고려만의 독창적인 기형(器形)이라고 이 교수는 밝혔다.

그는 "13세기가 되면 한국은 물론 일본, 내몽고도 중국의 용형상을 응용하기 시작한다"며 "청자구용형주자도 그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주자(주전자)의 입수구, 출수구, 어깨부 등에 용두(龍頭)를 접한한 사례는 중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거북 몸체에 상비용 형태의 용두를 결합한 구룡 역시 고려의 특징적인 용의 변형"이라고 밝혔다.

구룡을 소재로 한 청자는 주자 외에 향로뚜껑, 연적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특히 그는 "구룡 유물에서는 그것이 어떤 기종이든 음각한 '王'자가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용형상 자기류의 소비계층이 당대 최고위층이었음을 추정게하고 있다.

한편 구룡형 청자는 전남 강진과 전북 부안에서 주로 제작됐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그는 그 근거로 청주구용형삼족향로가 강진 용운리와 부안 유천리 등에서 출토된 점을 들었다.

그는 결론으로 "용문양 청자는 신분을 상징하고 또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도공집단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청자를 이해하는 새로운 각도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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