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불편한 안식'

3년째 충대건물 '플라스틱 박스'에서 영면
정부 5년째 추념관 건립 못해 외국과 대조
전문가 "현장입지 등 청원 분터골이 최적"

2011.06.21 20:00:23

분터골 유해 등이 안치된 충북대 임시 안치소 모습이다. 박선주 교수가 '플라스틱 박스' 안에 안치돼 있는 유구를 살펴보고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발굴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가 국가 추모시설이 건립되지 않으면서 벌써 3년 넘게 대학건물 '플라스틱 박스' 안에서 영면하고 있다.

이에따라 외국처럼 국가차원의 추모시설을 조속히 건립, 추념과 화해 그리고 인권 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충북대 유해감식센터(소장 박선주 교수·고고미술사학과)에 따르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충북대 발굴단에 의뢰, 지난 2007~2009년 기간 동안 전국 10곳에서 보도연맹·형무소사건 등과 관련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를 발굴했다.

지난 2007년 8월에 발굴된 청원 남일면 분터골 희생자 모습이다. 상당수가 두손이 뒤로 결박당한 모습이었다.

발굴이 진행된 곳은 충북 청원 분터골(남일면)을 포함한 충남 공주 상황동, 대전 산내 골령골, 전남 구례 봉성산, 전남 함평 광암리, 전남 진도 갈명도,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경남 산청 원리(외공리 포함), 경남 진주 진성고개, 전남 순천 매곡동 등이다.

그 결과, 이들 지역에서는 1천617구의 유해와 틀니, 고무신, 단추, 버클, 안경 등 4천690점의 유품이 수습됐다.

이들 유해는 충북대 유해감식센터에서 4개월의 감식과정을 거친 뒤 학내 구박물관 건물 3층에 마련된 임시 안치소(공식 명칭은 추모관)로 옮겨졌다. 현재까지 유족이 확인된 유구는 1구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1천6백여구의 유해는 불가피하게 고고학 유물처럼 '플라스틱 박스' 안에 놓여 있어, 누가 봐도 안식(安息)의 모습은 못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충북대 구박물관 건물을 임시 안치소로 사용하면서 이 기간 동안 국립 추념관을 건립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족들의 반대로 추념관 건립이 지연되면서 한국전쟁 중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만 안식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천안 망향의 동산 부근을 추념관 부지로 선정했으나 유족들이 터가 좁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또 한때 영동 노근리 평화공원 일부를 추념관 부지로 고려했으나, 이번에는 노근리 유족들이 "외부인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오는 7월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충북대 임시 안치소를 5년 더 연장하는 한편 이 기간 동안 추념관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 등의 공정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인권 교육과의 연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립 추념관 건립 부지가 어느 곳으로 선정되느냐가 유족과 지자체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교수는 이에대해 "발굴이 진행됐던 충북 청원군 분터골과 공주 상황동을 추천했다"며 "개인적인 견해를 말한다면 청원 분터골의 입지가 더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즉결 처형을 한 장소이고 △접근성이 좋으면서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점 등을 꼽았다. 반면 공주 상황동에 대해서는 "그늘이 짙게 지는 곳"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 여러 나라는 이념 갈등으로 희생자가 발생한 곳에 진실·화해의 공간을 마련, 추념과 인권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교수는 "유족들의 한의 풀어줘야 진실한 화해가 되고 또 그래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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