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문에 '극단적 여초현상'

1954년 충북도 통계자료 분석해보니

2011.06.23 20:18:47

본보가 한국전쟁 발발 1년 직후의 충북도 통계자료를 확보·분석한 결과, 극단적인 여초(女超) 현상이 찾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반영, 남성 전연령층 중 20대 초반의 인구수가 갑자기 줄어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본보는 충북도가 지난 1954년(단기 4287)에 발행한 '道勢一覽'(도세일람)이라는 통계자료를 확보, 이를 분석했다.

제 5대(1953.12~1955.08) 정낙훈(鄭樂勳) 지사 시절에 작성된 이 통계자료는 물자가 부족했던 당시 사정을 반영한 듯 책자가 아닌, 속칭 갱지묶음을 노끈으로 묶어 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전체 분량은 176쪽으로, 표지 겉면에는 법주사 쌍사자석등 그림이 등장해 있는 가운데 그 옆에는 '部外秘'라는 글자를 써놓았다.

분석 결과, 한국전쟁 발발 1년 직후인 1952년말의 충북도 전체인구는 118만9천6백88명, 가구수는 21만3천6백79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전쟁 직후의 사회상을 반영한 듯, 여성 인구가 월등히 많게 집계되는 등 일시적으로나마 남녀 성별차이가 극단적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체인구 118만9천여명 가운데 여성 61만2천970명, 남성 57만6천718명으로 여성이 3만8천252명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여초 3만8천여명은 지금의 시골 1개군 인구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같은 극단적인 여초현상은 역시 남성들의 참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또 사상범 등과 관련해서도 남성들이 더 많이 처형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국전쟁은 남녀 성비뿐만 아니라 남성 연령별 인구분포도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비정상적인 인구분포도 곡선을 만들었다.

분석 결과, 남성 0-4세 8만여명, 5-9세 8만4천여명, 10-14세 8만6천명, 15-19세 7만1천명, 20-24세 2만4천255명, 25-29세 2만4천481명, 30-34세 3만4천여명, 35-39세 3만6천여명 등의 분포도를 보였다.

젊은층의 참전후 순국이 반영된 듯 20대 초반, 20대 후반 순으로 가장 낮은 인구분포도 곡선을 보였다. 이밖에 1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인구수가 낮게 나타난 점도 해당 연령대에서 참전 사실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 40세 이후는 점차 하향 추세를 보이나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했다.

한편 한국전쟁 직후의 충북도민 직업 분포도를 분석한 결과, 산업기반시설이 붕괴된 탓인지 '무직'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무려 81만 1천8백여명을 차지했다. 이느 당시 도내 전체인구의 80%대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나머지는 농업, 실업 순으로 답했고, 공업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6천7백여명에 불과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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