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노가 유럽서 호평받는 이유는…

충대, 권수애 교수 분석
전통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상미 추구
'기모노 소매' 불릴정도로 창작성 탁월

2011.08.01 17:11:50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きもの·着物)가 여전히 서구 디자이너들 사이에 호평을 받고 있는 뭘까.

충북대 생활과학대학 권수애(패션디자인학과) 교수 등에 따르면 기모노는 의상학상 △긴 소매 △허리를 묶은 원피스 스타일 △직선재단 △단추가 없는 점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기모노는 의외로 일본인들의 신체적 약점을 덮는 수단으로부터 출발했다. 일종의 눈가림 미학인 셈이다.

'倭' 자에서 보듯 중세까지의 일본인들은 키가 작은 편으로, 이를 덮기 위해 등장한 것이 기모노이다. 기모노가 다른 의상과 달리 허리 부분을 유독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모노의 이중 깃(칼라)은 일본의 기후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은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철에는 한랭한 편이다.

따라서 2개 깃의 옷을 입는 것이 매우 실용적이었다고 권교수는 밝히고 있다. 특히 겨울 방한에 도움이 됐다.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가 여전히 서구 디자이너들 사이에 호평을 받고 있다. 배우 한고은 씨가 현대풍 기모노를 입은 모습이다.

이런 의복 기모노가 서구에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쯤으로, 당시 우키요에(浮世繪·일본 풍속화), 만가(まんが·일본 만화) 등과 함께 유럽의 '자포니즘'(japonism) 열풍을 주도했다.

서구 디자이너들은 기모노에서 선의 미학과 간결함 그리고 단조롭지만 여성적인 정숙미를 느꼈다.

그러나 기모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2천년대 유럽 의상계에 다시 진출, 재해석된 작품을 선보이는 등 현대화를 시도했다.

현대 패션으로서의 기모노는 크게 깃, 소매, 허리띠, 몸체, 색상, 문양, 게타(げた·일본 나막신) 등의 구성 요소를 지니고 있다.

권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05~2010년 사이에 출시된 의상 292점, 게타 69점 등 총 361점을 수집·분석했다. 그 결과, 전통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변신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현대 기모노의 깃에서는 중첩미, V자형 목(neck) 강조, 비대칭형이 자주 나타나는 등 시각적인 흥미 외에 여성미도 물씬 발현하고 있다.

소매는 어깨 밑부부을 무봉제선으로 처리하고 또 볼륨감을 강조하는 등 실험적인 모습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 이미 어깨-소매의 무봉제선 처리는 '기모노 소매'로 불릴 정도로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오비'(帶·おび)로 불리는 허리띠는 이중 처리선까지 등장하는 등 역시 전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양미를 추구하고 있다.

문양은 처음에는 자연문양과 가문을 특징짓는 것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추상적인 문양도 자주 관찰되고 있고, 게타 역시 스트랩(끈의 일종)으로 발목을 조이거나 발등을 장식한 것까지 선보이고 있다.

권 교수는 "근래들어 전통을 응용한 장식과 시각적인 요소의 기모노가 많이 관찰되고 있다"며 "기모노 한 벌만을 볼 때 혼잡과 조화의 미를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팀의 이번 연구 내용은 한국디자인문화학회 최근호에 발표됐다.

한편 기모노에 비해 한복은 서구 디자이너들로부터 종종 '코리아 기모노'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따라서 기모노의 발전상은 국내 한복 연구가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조혁연 대기자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