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보내 온 홍시

2007.12.05 23:52:37

내가 살던 서울 수유동의 세입자가 며칠 전에 우체국 택배로 홍시를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부쳐 보냈다.
수유동 집 정원수는 대추나무와 감나무가 있었는데 지난 1980∼2002년까지 정성껏 가꾸다가 내가 2002년 제천으로 내려오기까지 나무들을 돌보는 것이 나의 유일한 재미였다.
그래서 이 재미때문에 아파트로 이사도 못 가고 20년 이상 한집에서 살아왔다.
덕분에 우리 두 아들이 초, 중, 고, 대, 군대·결혼까지 치를 수 있었고 부모님과 장인·장모님까지 돌아가실 때 대사를 치른 역사가 있는 집으로 신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집이었다.
여름에는 새벽과 저녁으로 이파리를 샤워해주기 시작해 뿌리까지 물을 흠뻑 주며 거름은 가을에 땅을 깊게 파고 뿌리까지 영양보충을 잘하도록 묻고 약은 1년에 3∼4회 치며 자식을 키우듯 정성껏 키워왔다.
하지만 대추나무의 경우 30년 가까이 되니 나뭇가지가 옆집까지 뻗어 항의전화를 받기도 해 지난 2005년 아픈 마음으로 베어냈다.
그러다 이번에 유일하게 남은 감나무에서 딴 감을 세입자가 따서 아래층 사람들과 이웃에게 나눠주고 우리에게까지 택배로 보내온 것이다.
감을 보는 순간 자식을 보는 것 같았다.
20여 년간 그 애지중지 키운 감나무가 벌써 고목이 되다니 고목에서 열어서인지 감이 달고 맛이 있다.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하게 한다.
비록 서울 집에 자주 가지 못하지만 세입자가 감나무를 잘 가꿔 풍성한 수확을 기대해 본다.
멀리 제천까지 홍시를 보내 준 세입자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 최연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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