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가 '21세기 선비'에 눈돌린 까닭

개교60돌…원칙·배려 인재상 정립
착한 기업 찾는 시대정신과도 잘 맞아

2011.08.08 17:23:16

충북대가 개교 6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인재 육성 방향을 '21세기형 선비'로 정했다.

자칫 고리타분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우리 조상들의 선비정신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것일까.

'선비'는 한자에서 온 말이 아닌 순우리말로, 용비어천가에 '션븨'가 보인다. 그러나 그 어원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국보 240호 윤두서의 자화상이다. 선비정신이 잘 표현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자 '선비儒' 자에서 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문 전문가들에 따르면 '儒'자는 고대 기우제와 관련이 있다.

갑골문을 보면 비(雨)가 오라고 턱수염(而)이 많이 난 사람(人)이 제문을 읽는 모습이다. 비를 구한다는 뜻이다.
 
'~구한다'는 훈을 지닌 한자로는 '需'(수) 자가 있다. 역시 본래는 비를 내려달라는 뜻을 지녔다.
 
지금도 그런 면이 있지만, 공공행사에서 제문을 읽을 정도의 사람이면 상당한 지식인에 속한다.
 
바로 '儒' 자는 고대 지식인을 상징했고, 그것이 철학·종교적 의미로 확장된 것이 '儒敎'(유교)이다.
 
이번에 아이디어를 낸 충북대 김귀룡(철학과) 교무처장은 고결, 기개, 원칙, 배려, 신념 등을 선비정신의 핵심으로 봤다.
 
'충청도 양반'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양반도 비슷한 색상의 이미지를 지닐 수 있으나 김 처장은 이는 배제헸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선비와 양반은 같은 보수적 이미지이지만 양반은 계급적, 사회 계층적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다"며 "따라서 선비를 채택하되 보수적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해 '21세기형'이라는 표현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선비정신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기업도 원하는 인간상이며 △따라서 앞으로 충북대의 인재육성 방향이 이 부분으로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자에 대해 "경쟁력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영혼없는 돈버는 기계'만을 양산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 선비들은 들때(벼슬길)와 날때(퇴임)를 분명히 알았고, 또 어려운 환경이 닥쳐도 원칙을 지키면서 남을 먼저 배려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선비정신과 취업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은 최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익 일변도 기업에서 '착한 기업'으로 대변신을 하고 있다"며 "여기에 가장 잘 맞는 것이 선비 정신형 인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자에 대해 "앞으로 충북대는 인성과 능력이 바탕이 된 품격있는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이런 인간상이 가정, 지역은 물론 사회를 좀더 여유럽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북대는 이같은 내용이 바탕이 된 '학부교육 선진화선도대학사업'(일명 ACE사업)으로 교과부로부터 4년 동안 총 11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따라서 재학중 교육과정은 물론 신입생 선발에도 '21세기형 선비정신'이 강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조혁연 대기자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