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의 거장 송범 선생

2011.09.28 18:04:19

문상욱

충북예총회장

한국무용의 거장 송범(본명 송철교)선생이 우리고장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송범 선생이 타계한지 4년이 흘러 충북무용협회를 중심으로 그의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는 추모 학술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충북은 예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위대한 예술인을 많이 배출했다. 신라 진흥왕 시대 가야금의 명인 우륵 선생이 충주에서 활동했고, 조선시대 우리나라 음악을 총 집대성한 난계 선생은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서 태어났으며, 조선말 가야금 병창의 창시자인 박팔괘 선생이 청원군 북이면에서 출생했다. 근대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 정지용 선생은 옥천군 옥천읍 하계리 출신이고, 한국 최초의 근대 조각가인 김복진 선생은 청원군 남이면 팔봉리에서 출생했다. 이외에도 서예가 김생 선생, 문인 옥소 권섭 선생 등 많은 예술계의 거장들이 우리고장에서 태어나 활동했다.

한국무용계의 큰 기둥이었던 춤꾼 송범(1926~2007)선생은 청주시 영운동에서 태어났다. 의사의 꿈을 안고 서울 양정중에 입학했으나 중학교 2학년 때 최승희 선생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아 무용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당시 신무용의 대가인 조택원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무용수업을 시작했다.

춤에 매료된 그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한동인, 장추화 선생에게서 발레와 인도춤 등 표현주의 경향의 모던 댄스를 익혔다. 1950~1960년대에 '참회', '시사의 춤', '현대인' 등 많은 현대무용과 발레 작품을 발표해 현대무용가로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

1960년대 후반 송범 선생은 민족적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춤사위는 이국적이나 그 내용은 지극히 한국적인 '견우직녀 이야기', '호동왕자', '도미부인의 설화' 등의 작품을 발표해 그동안 고답적인 한국무용을 크게 방향 전환시켰다. 그 뒤로도 창작무용 '강강술래', '우물가에서', '전원풍경' 등으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에서 순회공연을 하면서 우리나라 무용을 세계에 알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72년 국립무용단을 창단하고 초대단장과 예술감독(1972~1992)을 맡으면서 한국적 소재를 가지고 무대를 대형화해 '도미부인', '화관무', '부채춤', '승무', '그 하늘 그 북소리'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도미부인'은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지역, 아프리카, 동남아 등에서 200여회 공연을 해 우리무용을 서양의 발레에 대응하는 대형 무용극으로 정립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우리나라의 새로운 문화예술 상품으로 정착시켰다.

1980년대 이후 그의 작품은 우리의 설화와 같은 이야기를 극무용으로 창작하거나 무당춤, 농악무, 승무 등 우리의 옛 춤을 현대적으로 발전시켜 무대 예술로 더욱 승화시켰다.

그는 한국발레단장, 국립무용단장 및 예술감독,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등을 지내면서 한국무용계를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서울예술고등학교, 서라벌예술대학, 중앙대학교 등에서 후진양성에도 힘썼고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6월, 82세의 나이로 작고해 경기도 여주에 묘역이 있다.

이처럼 훌륭한 한국무용계의 거장 송범 선생이 충북 출신 예술인이라는데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며 충북무용계는 선생의 뜻을 받들어 충북 무용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그러나 학교평가와 학교운영의 어려움으로 몇 년 전 서원대학교 무용학과가 폐과되었고, 청주대학교 무용학과 마저도 타과와 통폐합되어 대학에 순수 무용학과 없어져 예술인의 한사람으로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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