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산술로 평가하지 말자

2011.10.12 18:18:24

김승환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충북대교수

모리스 예술상회의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모리스 예술상회 또는 모리스회사(Morris & Company)에서는 노동자의 창의성이 발휘되지 못했다. 이것은 모순이다. 왜냐하면 모리스는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 혁명적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던 시대에 살았던 모리스(W. Morris, 1834 - 1896)는 '이상적 장인(匠人), 행복한 노동자'라는 개념으로 예술운동을 한 특이한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노동자'와 진정한 인간해방을 추구하면서 온 몸을 불태웠다.

노동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노동이라고 믿었던 모리스의 예술관을 흔히 사회주의적 생활예술이라고 한다. 부유한 상류계층 출신이지만 노동자계급의 혁명성을 실천했던 모리스는 미학적이고 낭만적인 심성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모리스는 감상적 사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고 유미주의와 낭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환상과 유토피아를 찾아 헤맨 몽상가(夢想家)라는 비난도 받았다. 그러나 예술의 실용성과 미학성을 조화시키고자 노력했던 모리스는 세계예술사와 사회변혁운동에 큰 족적을 남긴 전설적인 인물이다. 또한 모리스는 계관시인(桂冠詩人)으로 지명받는가 하면 옥스퍼드대 교수를 제안받을 만큼 유명했고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이 모리스가 2011년 청주에 살아있다.

유용지물(有用之物)을 상징적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상상으로 가득 차 있는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우리는 전설적인 예술가 모리스의 작품과 사상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은 공예가를 포함하여 시인, 환상소설가, 디자이너, 장식미술가, 건축가, 환경운동가, 화가, 출판인, 가구제작자, 문화유산보호운동가 등 수 많은 일을 했던 모리스의 예술을 비엔날레와 접목시킨 탁월한 혜안이다. 따라서 모리스전은 큰 의미가 있는 전시라고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은 정준모 예술감독의 뛰어난 감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모리스가 제안한 일상과 감정에 실질적으로 봉사하는 생활예술(生活藝術)로서의 공예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 또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문제는 모리스의 오류가 비엔날레 평가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량생산을 비판하고 자본주의를 비난하던 모리스가 공예의 시장가치를 추구한 것은 일종의 모순이다. 원래 비엔날레는 수익성(收益性)이나 관람자의 수치계량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평가는 관람자의 수, 참여 작가와 국가의 수, 재정적 이익과 손해, 해당 지자체의 명성 등 각종 비예술적인 요소를 우선했다. 반면 베니스 비엔날레나 시드니 비엔날레를 포함한 거의 모든 비엔날레는 이런 수치계량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해당 년도의 비엔날레를 해당 년도의 이익과 손해로 환산하지 않고, 관람객수를 측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지 않으며, 행사의 보도 횟수를 평가의 주요항목에 놓지 않는다. 세계적인 비엔날레의 평가 기준은 '어떤 창의적인 작품이 전시되었는가'와 '세계예술을 선도할 행사였는가' 등이다.

'비엔날레는 공예예술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행사이다'와 '비엔날레는 수익도 내야 하고 관람객도 많아야 하며 보도가 많이 되어야 한다'라는 두 명제는 서로 상치되는 모순이다. 만약 청주시가 후자인 손익(損益)에 가치를 둔다면 청주세계공예시장을 개최하는 것이 맞고 관람객에 의미를 둔다면 청주세계공예박람회를 하는 것이 좋다. 비엔날레의 본질은 실험성에 있다. 그 실험성은 기존의 양식이나 내용을 파괴하면서 심미적 가치를 획득할 때 얻어지는 것으로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바로 이 실험성을 평가하고 그 가치를 최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비엔날레는 청주시와 시민들이 적어도 50년을 꾸준히 진행할 의지와 정신이 있을 때 세계적인 명성과 권위를 얻을 것이다. 전설적인 예술가 모리스의 귀중한 작품과 혁명적 사상을 만날 수 있는 2011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수치와 계량으로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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