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가식 서가숙(東家食 西家宿)

2011.10.19 16:17:36

조동욱

충북도립대학 교수

동가식 서가숙, 동쪽에서 밥 먹고 서쪽에서 잔다는 소리인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외동딸을 가진 사람에게 두 집에서 청혼이 들어왔다. 동쪽 동네 총각은 부자지만 신랑감이 못생겼고 서쪽동네 총각은 가난하지만 신랑감이 건장하고 잘생겼다. 아버지가 어떤 사위를 얻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딸에게 슬그머니 물어본다.

"어느 쪽으로 시집을 가고 싶으냐?"라고 물었더니 "양쪽다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순간 머리가 띵해진 아버지 왈 "그것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딸 대답이 걸작이었다.

"동쪽 집에서 먹고요, 서쪽 집에서 자면 좋지 않아요?" 이것이 동가식 서가숙의 유래이다. 또 하나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이른바 기생 설중매와 관련된 일화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재상 배정승이 희끗희끗 머리가 세어 반백이 넘은 나이면서 술기운이 높아서 명기 설중매를 희롱하고 있었다. 태종과 신하들은 미소를 풍기며 이를 바라보았다.

"네 요년, 설중매야. 네가 내 사랑을 받아 줄 수 있느냐?"

설중매는 함흥 명기였다. 이름이 자자하게 시골과 한양에 퍼진 일등기생이었다. 설중매는 방싯 웃으며 대답했다.

"대감께옵서 소인 설중매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신다면 소인이 어찌 받지 아니하겠습니까. 그러나 약주 김에 허튼 말씀을 내리시는 듯 하오이다. 진정으로 사랑만 해주십시오. 얼마든지 받아 모시겠습니다. 호호호." 설중매는 간드러지게 웃어대며 대답한다.

이에 정승이 "네 요년, 너는 정조가 너무나 없다더라. 동가식 서가숙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더라. 도대체 네 서방이 몇 명이나 되느냐?"라는 말에 설중매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무리 천한 기생이라 하나 너무나 사람을 모독하는 소리였다. 마음이 좋지 않아 불쾌하기 짝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설중매는 원체 이름 높은 명기였다. 슬쩍 마음을 돌려 아스라지게 대답했다고 한다. "대감님은 왕씨도 섬기고 이씨도 섬기는데 대감님과 동가식 서가숙하는 설중매가 함께 어울려 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설중매의 대답을 듣고 자리에 가득 찬 신하들은 손뼉을 치며 까르르 웃었다. 물론 태종만큼은 웃지 못했겠지만….

오늘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서울시장 재보선을 비롯하여 10월 26일 전국적으로 흥미진진한 재보선이 많이 치러진다. 특히 이번 선거는 내년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선거인지라 다른 여타 재보선 보다 민초들의 관심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비록 내 경우 서울이 아닌 충북에 살고 있지만 최대 관심 지역은 다름 아닌 서울시장 선거이다. 그런데 금 번 서울시장 선거를 보고 있노라면 여당후보와 범야당후보간에 그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겠다. 무상급식만 봐도 그렇다. 이 문제로 재보선선거를 치르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여당후보는 오세훈전시장과 같은 방향이어야 논리상으로 맞다. 한마디로 그네들 주장처럼 복지 포플리즘을 못 봐주겠다고 나서야 하는데 표만 획득하고자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이 보이니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저 표만 된다고 하면 동가식 서가숙한다는 느낌이 든다. 민심을 얻기보단 오로지 표만을 얻기 위한 잔머리만 번뜩 거리는 것 같다. 이럴 바에야 한나라당 당명을 '외동딸당' 이나 '설중매당'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동가식 서가숙하는 모습만 보여 마음이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것이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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