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산행이야기 - 맑은 고을 청주 둘레길 5코스

발길 닿는 곳곳 '가을빛으로 물들다'

2011.10.27 18:07:35

맑은 고을 청주 둘레길 5코스

비하동 만남주유소~(1시간)~부모산~(30분)~강서가로수길~(1시간)~경부고속도로굴다리~(1시간)~석실고개~(20분)~팔봉산~(1시간)~덕고개

출퇴근 시간과 맞물린 도심의 거리는 먹이감 찾아 이동하는 맹수들 처럼 치열하다. 조금만 방심하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뒤퉁맞다. 그렇다고 서열에서 빠져나오는 일조차 쉽지 않다.

팍팍한 무리 속을 어렵사리 벗어난 레저토피아 탐사대원들이 도착한 곳은 비하동 만남주유소 광장이다. 들고나는 차량들의 바람기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주유소 광장옆으로 난 소로를 따라 둘레길은 시작된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숲길은 폭신폭신 융단같다. 간간이 떨구어놓은 밤송이 궁금증에 헤집어도 보고 함초롬히 피어있는 쑥부쟁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정겨운 길을 따라 1시간여만에 부모산 산정에 오른다. 청주의 강서동에 위치한 부모산(父母山 231.7m)은 임진왜란당시 왜장 흑전이 침공하여 이고장 출신 박춘무가 그의 아우 춘번,아들 동명과 함께 칠백여의병을 모아 성내에서 대적할 때 군량과 식수가 떨어져 아사직전 이 곳 상봉에서 물이 솟아 생기를 얻고 왜적을 무찔렀다고 한다. 그후 이산(악양산)을 부모산이라 하고 이 샘을 모유정(母乳井)이라고 한다. 현재 모유정은 통신탑이 서있는 정상아래 위치해 있다. 오래전 샘은 말라있고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함께 역사를 기억한다.

부모산 남쪽 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망. 청주시의 서남쪽 방향으로 형성된 시가지와 팔봉산, 구룡산이 시원스레 바라다보인다.

부모산의 주변에는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 유역에 발달한 구릉과 평야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또한 시야를 가리는 높은 산이 없어 산허리의 등산로를 돌아가며 청주지역을 넓게 조망할 수 있다. 따라서 삼국시대 당시 이지역이 매우 중요한 위치임을 알수 있다. 청주의 동서를 지키는 외곽 방어시설로 축성된 부모산성은 미호천변의 넓은 평야지역을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청주지역을 통치하는 한편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하여 축조한 백제시대의 성이다. 오랜세월 허물어져 옛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부분적으로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허리띠를 두르듯 돌아가는 성의 흔적을 쫓아 왼쪽으로 돌아가면 산불감시초소와 각종 체육시설 갖추어진 전망대를 만난다. 거침없이 펼쳐진 청주시가지의 전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걷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도심속 청정공원 부모산의 아침풍경이다. 또다시 산허리를 끼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만나게 되는 작으마한 절이 연화사다. 한국 불교 태고종에 소속된 전통사찰로 산의 정상부에 위치하면서도 마르지 않는 샘물로 찾는이들이 많다. 어느새 마당까지 들어앉은 단풍이 산사의 정취를 더한다.

청주 가로수길을 건너는 대원들 사이로 플라타나스 이파리는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청주가로수길을 비롯하여 청주의 서남쪽 방향으로 포진된 시가지와 그뒤로 겹겹이 포개어진 산들을 조망할 수 있는 키다리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둘레길은 진약고개 방향으로 이어진다. 곳곳에 체육시설과 쉼터등이 잘 되어있다. 많은 사람들의 족적에 의해 다듬어진 산길은 길도 숲도 좋다. 쓰레기 소각장, 진약고개, 주봉리, 비하동등 산길은 다양하다. '가로수길' 팻말을 따가 내려가니 환상적인 단풍이 펼쳐진 청주 가로수길이다.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에도 선정된 플라타나스 가로수길의 명성은 그냥 얻은게 아닌듯 우람한 플라타나스의 허리춤은 지난 세월을 말해준다.

가로수 길을 건너 적십자사 담벼락을 끼고 돌아가니 아담한 전원주택단지가 나타나고 둘레길은 전원주택단지 앞으로 난 들길을 가로질러 간다. 수확을 끝낸 들녘은 듬성듬성 비어가고 은빛 억새의 하늘거림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자연스레 큰숨 몰아쉬는 느긋함으로 걷는 휴암동 길은 전봇대에 붙은 '좋은식품' 팻말을 따라 호암마을로 나서니 건설중인 산업도로는 눈앞에서 스쳐가고 육중한 중부고속도로는 왼쪽 하늘금을 그으며 지나간다. 잠시 중부고속도로를 따라서 이어진 아랫길은 중부고속도로 굴다리와 경부고속도로 굴다리를 차례로 지난뒤 팔봉산 산그늘로 들어선다. 때마침 물닭들 무리지어 하늘을 가르며 산너머 간다.

부모산 오름길에 주변 지형을 살펴보는 김석순,유정희, 김정자 대원.

올망졸망 들꽃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들길을 가로질러 팔봉지맥 마루금과 만난다. 석실고개를 지나 오름길에 뜻밖의 선물을 준비한다. 바위전망대다. 높이가 오십길이나 된다고 하여 불려지는 쉰질바위 전망대다. 조치원쪽 미호평야, 부모산, 은적산, 청주의 서쪽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예부터 부모산과 함께 청주 서쪽의 대표적인 산으로 꼽혀온 팔봉산은 산세가 빼어나지는 않지만 여러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즐거움이 있다. 이름대로 여덟 개의 봉우리가 남북으로 능선을 이루고 있는데 산아래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만나는 남이분기점이 있다. 동쪽으로는 산아래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기 때문에 차소리가 요란하다.

팔봉산 능선상에 위치한 쉼터에서 잠시 쉬고 있는 대원들.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며 봉우리들을 연달아 지나게 되는데 3봉에 '레저토피아금요회'에서 세운 표지석이 반긴다. 감회가 새롭다. 반가움에 이리저리 어루만져 본다. 몇해전 무거운 정상표지석을 메고 "이 봉우리인가·" "저 봉우리인가?" 오르내렸던 시절을 이야기를 하며 잠시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빠져본다. 열정이란 그렇고그런 밋밋한 삶을 활기차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 어깨가 빠지고 등짝이 무너지는 무게감을 견디며 오르던 열정은 그시절 스스로를 지탱해주던 에너지였음을...세월이 흐른 지금 그마음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새삼스레 마주한 과거의 나에게 다시금 손내미는 도돌이표 같은 시간이 감사하다.

하산은 1봉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선다. 완만한 흙길이다. 걸음에도 마음에도 여유가 묻어나는 길 인적이 드물어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적당히 멀어져있던 마을이 성큼 다가서는가싶더니 덕고개다. 또다시 거리는 팍팍함을 내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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