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업계, 돈 벌이만 '급급' - 사치 결혼문화 조장

집·혼수 빼고 1천만원…울며 시작하는 결혼식

2011.10.31 20:30:24

"결혼식 한 번 하려니 허리가 휩니다, 휘어요."

내년 1월 결혼식을 올리는 직장인 홍길동(가명·30·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씨는 주말마다 예식장을 돌아다니느라 바쁘다. 웨딩 플래너에게 상담을 받으며 필요한 항목들과 예상비용 등을 알아보던 홍씨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예식장 사용료 100만원, 드레스·턱시도 대여료 100만원, 웨딩촬영 120만원, 헤어·메이크업 20만원, 폐백실 사용료 20만원(한복, 폐백음식 별도 준비), 혼구용품(방명록, 축지, 혼인서약, 성혼선언문, 필기도구 등) 10만원, 부케 10만원, 생화꽃장식 30만원, 특수연출 20만원 등 총 480만원.
웨딩 플래너가 '특별한 혜택'이라며 패키지 가격을 제시했다. 보다 저렴한 270만원이었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색내면서도 예식장측에서 필수로 묶어놓은 항목은 반드시 계약해야 한다고 종용했다. 패키지 가격을 적용했을 때 각각의 비용도 알 수 없었다.

웨딩드레스 대여와 메이크업, 스튜디오 촬영은 예식장 측이 정해놓은 대로 따라야했다. 보다 저렴한 곳을 찾아 따로 계약을 하면 패키지 가격을 적용할 수 없다고 강요했다. 예식장의 일방적인 계약에 맞춰 결혼하는 느낌이 들어 홍씨는 몹시 불쾌했다.

추가 선택사항에서 홍씨와 여자 친구의 갈등이 불거졌다. 드레스 문제였다. 최신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대여하면 기본 가격에 몇 십만원 이상이 추가됐다. 웨딩 플래너가 홍씨를 자극했다. "신랑님, 한 번 뿐인 결혼식인데 몇 십 만원 더 투자하셔서 최고의 신부님으로 만들어줘야죠"

하객들을 대접하는 피로연 음식값도 따로 추가되는 비용이다. 홍씨는 신랑·신부 측 예상하객 인원수를 약 100~150명으로 잡았다. 동시에 웨딩플래너의 손이 계약서 하단으로 향했다. '식사보증계약인원 200명 이상이 돼야만 본 웨딩홀과 계약이 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이 1인당 2만5천원의 식비를 200인분으로 계약했다. 그렇게 식비로만 500만원이 지출됐다.

이렇게 나온 총 예상금액에 홍씨는 입을 다물 지 못했다. 1천만원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다른 예식장을 찾았다. 별반 다를 것 없는 가격과 계약 조건. 예약 관계자는 "다른 곳도 예식장 비용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평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에서 돈을 아끼면 안 된다는 핀잔도 곁들였다.

홍씨는 답답했다. 그는 "예식장들의 가격놀음에 보기 좋게 당하는 기분"이라며 "돈벌이에만 급급한 예식장들의 보이지 않는 담합이 결혼식을 사치문화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 김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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