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주년 소방의 날 - 지쳐가는 소방대원들

소방대원 공상 최근 5년간 58명…전문병원 전무
비번날 불시동원 등 가족과 기본적인 대화도 못해

2011.11.08 19:54:24

편집자

9일은 49주년 '소방의 날'이다. 기념일이라 하면 보통 휴식, 축제 분위기 등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소방관들에게는 평일과 같다. 위험한 환경,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또 다른 하루일 뿐이다. 본보는 소방의 날을 맞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소방관의 공상문제를 집중 분석해본다.


지난해 12월30일. 청주시 상당구 내덕2동 한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이라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소방관 198명, 의무소방대원 21명 등 230여명이 투입됐다. 그 중 청주동부119구조대 박석기(29) 소방교는 4층에 남아있는 한 남성을 구출하기 위해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연기를 헤치고 3층으로 올라선 순간, 발을 헛디딘 그는 그대로 추락했다.

생명엔 지장 없었지만 큰 부상을 입었다. 청주 성모병원에서 7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현재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2012년 6월30일은 돼야 복귀 가능하다.

박 소방교와 같은 소방관들의 공상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충북의 경우 지난 2007년 17명, 2008년 12명, 2009년 8명, 2010년 12명, 2011년 10월말 현재 9명 등 최소 5년간 총 58명이 다쳤다.

순직도 지난 2000년 이후 5건이 발생했다. 화재진압 사망 1건, 질환으로 인한 사망 4명이다.

소방관들이 부상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해도 이들을 받아줄 전문소방병원도 없는 상태다. 충북은 2008년부터 경찰전문병원과 협약을 체결, 소방관들을 위한 일부 치료공간을 마련했다. 그 외엔 소방치료센터로 지정된 몇몇 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상이 화재진압 등 사건 발생 시 일어나는 것 외에도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유발되는 경우도 많다.

충북은 한 사람이 24시간 근무를 하는 2교대 체제였다. 2009년 12월1일 응급출동 중 뇌출혈로 쓰러졌던 청주동부서 구급대원 신동길(34)씨도 24시간 2교대 체제의 피해자였다.

작년 8월부터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3교대 체제가 도입됐다.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 오후 6시 출근~다음날 오전 9시 퇴근 등으로 교대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인력 증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원을 그대로 재배치하는 3교대제가 2교대제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비번일 불시동원', '무기한 특별경계근무 동원' 등으로 가족들과 기본적인 대화시간조차 가질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소방대원들은 오늘도 지쳐간다.

/ 김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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