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아동학대 예방의 날 - 아동전문보호기관 인력 태부족

충북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건수 644건
1년새 19건 증가…학대사례 '전국3위'

2011.11.17 20:18:40

편집자주

오는 19일은 '세계아동학대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예방의 날은 2000년 세계여성정상기금에 의해 제정됐고,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부모나 주위사람으로부터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받으며 상처 입는 아동들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학대받는 아동, 학대위험에 노출돼 있는 충북지역 아동 현황을 살펴봤다.

"아이 얼굴에 멍이 들었더라고요. 입술, 볼, 눈이 시커멓게 변했고 심하게 부은 상태였어요."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A씨는 항상 친모와 함께 오는 아동의 얼굴에 멍이 들어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학교에 다닐 만한 신체적 발육상태를 보였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말도 어눌했다.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져 일상적인 대화도 어려워보였다. A씨는 간단히 주소와 연락처만 파악,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예상보다 상황은 심각했다. 아동의 등과 허벅지, 엉덩이에 상흔이 있었다. 걷거나 움직일 때도 머리의 고통을 호소했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정신지체 2급'란 장애도 갖고 있었다. 친모는 장애아동의 특성도 전혀 몰랐다. 훈육이라는 명목 하에 신체적 체벌을 가했다. 단지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 주위에도 이런 방임된 아동학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신고가 잘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힘없는 아동들이 스스로 신고할 능력이 없어 아동전문보호기관이나 주변인들의 눈에 띄는 경우만 신고될 뿐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충북지역 아동학대 상담신고 접수건수는 600건, 2010년엔 644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신고자 유형에서는 사회복지 관련종사자의 신고건수(2009년 108건, 2010년 92건)가 가장 많았다. 아동본인의 신고건수(2009년 10건, 2010년 8건)는 10배 이상 낮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아동 본인뿐 아니라 이웃, 친인척, 타인의 신고율도 저조한 편이라고 했다.

충북지역 아동학대 사례는 2009년(515건) 대비 2010년(534건)에 19건이나 늘었다. 2009년에는 전국 16개 시·도 중 서울, 경기, 경남에 이어 4번째로 많았다. 2010년에는 경남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충북아동전문보호기관 관계자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나아가 근절키 위해서는 학대행위자에 대한 의무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강제성이 없어 잘 실행되지 못한다"며 "법적규제 강화와 보완으로 더 많은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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