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충북대 생활과학연구소(소장 권수애 교수) 주최한 '반찬등속' 관련 학술대회가 각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후 개신문화관에서 열렸다.
본보는 올봄(5월 25일자) 반찬등속에 관한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 지역 전통음식과 사학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반찬등속 겉표지 모습으로, '반찬하난 등속'(아래아)이라고 씌여 있으나 권두서명은 '반찬등속'이다.
'청주의 식생활문화 조명'을 주제로 한 이날 학술대회에는 충북대 김향숙, 세명대 박경래, 영동대 지명순, 충북대 김의환 교수 외에 경북 양양군청의 박승길 담당 등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발표 주제는 '반찬등속의 음식문화적 가치', '반찬등속에 나타난 청주지역 방언', '반찬등속의 조리학적 가치', '반찬등속과 청주 상신리의 성씨와 인물', '음식디미방-340년 전 반가음식의 환생' 등은 순으로 진행됐다.(이름 언급 순)
한범덕 청주시장은 축사에서 "반찬등속은 청주의 전통음식을 복원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을뿐 아니라 역사, 어문 등 1백년전 청주의 근대문화 공간을 살필 수 있는 정보도 풍부히 담고 있다"며 "앞으로 활용 방법을 다각도로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발표 원문을 가감없이 요약·게재한다.
◇'반찬등속의 음식문화적 가치'(충북대 김향숙 교수)
반찬등속에는 총 46가지의 음식종류가 등장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찬 25가지,과자와 떡 14가지, 음료 5가지, 기타 2가지 등으로, 반찬류가 가장 많다. 그러나 일용식인 밥은 서술돼 있지 않은 특징을 지닌다.
반찬등속 음식 종류
조리법에 보이는 식문화의 특징은 김치의 재료에 무를 사용한 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다. 그리고 밑반찬인 짠지가 많이 언급돼 있고, 내륙임에도 불구하고 어물의 사용빈도가 높다. 1백년 전에 고추장에 설탕가루를 넣은 것은 의외이면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1백년전 청주지역 식문화의 특징은 △어물과 고추의 사용 형태에 변화가 있어나고 있고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인 짠지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장(醬)에 대한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 버섯과 콩이 사용이 많고 북어의 응용이 많은 점도 또 다른 특징이 되고 있다.
◇'반찬등속에 나타난 청주지역 방언'(세명대 박경래 교수)
이 책은 1백년전의 청주지역 국어사와 국어방언학을 연구하는데 소중한 정보를 담고 있다.
반찬등속 속의 당시 청주지역 방언은 여러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18세기 이후 소멸된 것으로 알려진 아래아(·)가 매우 폭넓게 쓰이고 있다.
그리고 혼철(예: '가끔'을 '각금'으로 표기)과 ㅅ합용병서(예: 바싹을 ㅅㅂ+ㅏ+ㅅ삭으로 표기)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 청주를 비롯해 중부지역에서 자주 쓰였던 방언도 그대로 실려있다.
솥뚜껑→소두방, 가위 →가새, 배추→배차, 양념→양님, 대가리→대강이, 씻어서→씨쳐서, 없이→읍시, 작은→즈근, 부셔→바슈어, 얼게미→얼거미 등이 그 예가 된다.
순우리말 음식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부분도 흥미롭다. 강정→江丁, 고등어 →高登魚, 호박→胡朴,수박→水朴, 수정과→水正果 등이 그 예다.
지도상의 상신리 모습이다. 논이 95% 이상되는 등 들이 발달해 있다
먹거리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코드이자 지역상품의 트렌드이다, 1백년전 저자가 주거했던 것으로 추청되는 청주시 강서2동 상신리는 논이 95% 이상, 밭이 5% 미만으로 벼농사가 발달한 곳이다.
원래 마을은 저수지 아래 '텃마루'에 위치했으나 큰 홍수 때문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 '상신리'(上新里·위쪽에 새로 생긴 마을)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여러 정황상 반찬등속의 저자는 상신리 진주강씨 집성촌의 며느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이 가문의 통혼권과 혼인한 여성들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또 연세많은 분을 통해 가물치회 등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육성으로 녹취할 필요가 있다.
반찬등속의 저자가 찾아질 경우 이를 '청주의 여성상'으로 내세워도 무방할 것으로 본다.
◇'음식디미방-340년 전 반가음식의 환생'(경북 양양군청 박승길 담당)
영양군청은 한글 최고(最古)의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토대로, 체험관, 전시관, 교육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음식디미방은 '좋은 맛을 내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340여년 전 장계향(1598~1680) 저술한 조리서이다. 저술된 주요 전통음식은 대구껍질 누르미, 화전, 난면, 착면, 오이화채, 대합구이, 밤설기, 섭산삼 등이다.
이중 남면은 꿩고기 국물에 국수를 말은 것을, 섭산삼을 생더덕에 찹쌀가루를 묻힌 후 꿀에 재어 만든 것을 말한다.
현재 전통음식 시식 프로그램에 참가할 경우 소부상은 3만원, 정부인상은 5만원을 받고 있다. 조리 절차상 사전예약을 받고 있으나 곧 예약제를 없앨 방침이다.
이날 학술발표에는 순천향대 이경애 교수, 청주시의회 최광옥 의원등이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오후 6시까지 4시간 동안 진행됐다.
/ 조혁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