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의 해를 위한 기도

2011.12.28 17:42:51

유병택

시인. 한국문인협회충북도지회장

이틀 만 지나면 임진년 새해를 맞이한다. 새해는 상서(祥瑞)로운 '흑룡(黑龍)의 해'라고 모두들 2012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는다. 60년 만에 오는 흑룡띠 해가 복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예언이 맞고 아니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오늘보다 내일이 희망적이라는 이야기는 추위를 녹여주고 우리들 마음에 삶의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준다.

2012년은 어느 해보다도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국가의 대사인 선거가 두 번 있고 북한에는 김정은에 의한 3대 세습정권을 시작하는 원년이기에 다른 해보다도 기대도 크고 흥분과 걱정이 된다. 예언가들의 이야기처럼 국가의 대사가 상서롭게 되기만을 바란다.

우리는 건국이후 63년이 되기까지 행복하고 정상적인 삶의 대통령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첫 번째 대통령은 4·19로, 두 번째와 네 번째 대통령은 쿠데타로 쫓겨났다. 세 번째는 같은 고향 출신의 가장 가까운 자리 부하의 총에 죽었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는 수천억대의 부패로 각각 본인들이 잉어의 생활을 했고, 그리고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는 각각 한 아들과 두 아들이 권력형 부패로 감옥에 갔다. 아홉 번째는 퇴임 후 얼마 아니 되어 자살을 해야 했다. 이와 같이 쫓겨나고 총 맞고 청와대에서 나와서는 본인들이, 청와대 앉아서는 아들들이 감옥에 가는, 인간으로서 가정으로서 그리고 사회의 어른으로서 안 될 모습을 보인 불행한 대통령만 가진, 또 그런 대통령만 뽑은 불쌍한 나라, 불쌍한 국민이 되었다.

또 있다. 감언이설(甘言利說)을 바로 보지 못하고 국민의 대표로 찍어 준 것이 슬픈 일이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는 국회의원이 있다. 지역민의(地域民意)을 살펴서 토론하고 협의하여 민생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국회에 보냈다. 민생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철석같은 약속은 버리고 의사당에서 몽둥이와 체류탄의 무기로 곡예를 연출하고도 당연시하는 의원, 국가보다는 당, 당보다는 개인을 우선하고, 교묘한 위법, 탈법 등으로 국민을 슬프게하는 의원이 있다. 그런 모범을 보이니 국민들도 위법행위를 당연시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치안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무법은 망국의 지름길이다.

우리는 내년 임진년에는 열한 번째 대통령, 열아홉 번째 국회의원을 뽑는다. 제발 또 하나의 '불행한' 대통령, '슬픈'국회의원을 뽑는 '불쌍한' 국민이 되지 말자고 우리 모두 참회하고 기구하자. 63년의 세월도 부족하여, 아홉 분의 참담한 경험으로도 부족하여 또 다시 '불행할'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위대한'대통령, 위대한 '혁명'을 꿈꾸는 야망과 공작의 지도자가 아니라 정상적인 대통령을 우리도 가져보자.

GNP 숫자 놀음에 흥분하지 말고 올림픽 4강, 월드컵 4강, 수출 세계 7위의 허상에 도취하여 마치 선진국인 것처럼 착각은 금물이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이 지구에서 힘의 순서로 1·2·3·4 등하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 둘러싸여 있다. 세계 최강의 네 나라와 협상하고 겨루고 싸우고 협력하여 살아야하는 고난의 숙명을 짊어지고 있는 민족이다. 그 만큼 외교비용, 통일비용, 안보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 주어져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대한민국의 기초와 정상을 구축하는 세력의 결집을 어떻게 이루어 내느냐에 대하여 우리는 참회와 고뇌를 해야 한다. 2012년 새해는 상서(祥瑞)로운 '흑룡(黑龍)의 해'라는 예언 풀이대로 세종대왕 같은 현명하고 훌륭한 대통령을 뽑아 한국역사에 기록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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