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되어야 할 교권 확립

2012.01.04 19:14:35

신남철

충북교총회장, 죽림초 교장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상서로운 시기에 같은 학교 학생들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소중한 생명을 포기한 안타까운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학생들이 남긴 유서를 읽다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분노까지 치민다.

어떠한 변명도 유명을 달리한 학생과 그 가족에게 위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 그저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다만, 아이들이 다양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이르도록 과연 어른들은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면서 다시는 그러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안을 세워 적극 추진할 각오를 다질 뿐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학생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전면 체벌 금지와 일부 시·도가 시행한 학생인권조례는 학교현장의 질서를 여지없이 뒤흔들어 놓았다. 교원이 학생의 제반 행동에 간섭할 수 없도록 시행된 조례는 교원들로 하여금 생활지도를 포기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교원들은 학생들의 일탈 행위를 보고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 외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으로 도미노처럼 퍼져나갔고, 학생 또한 모든 것이 자유라는 생각으로 정당한 지도조차도 따르지 않게 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곧바로 교권실추로 이어졌고, 결국 교육과 학생 생활지도의 포기로 이어졌다. 금년 명예퇴직 신청자가 전년보다 25% 증가하고 그 중에 중견교사가 많이 포함된 것은 교권추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학생이 소지한 담배갑을 압수했다가 폭행당한 교감선생님, 생활지도를 하다가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힌 여교사, 담배 피우는 학생을 지도하려다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교사 등 참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전국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소위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주먹들도 선생님 앞에서는 꼼짝하지 못했던 시대에 학교를 다녔던 필자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새로 개정 시행되는 학교폭력 예방법은 학교폭력의 범주에 강제적인 심부름을 포함하는 한편, 집단 따돌림의 심각성까지 반영하기 위해 따돌림에 대한 정의 항목도 신설했다. 또한, 다른 학교로 전학 조치된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이 있는 학교로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하였다. 경찰도 1만2천명의 외근 형사를 동원해 학원가, PC방, 학교주변, 공원, 오락실 등을 집중적으로 순찰하며 학교폭력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두게 될지 궁금하다.

문제는 법과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해도 학부모와 교사들의 관심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는 점이다. 중국 속담에 '눈과 귀로만 들어가는 가르침은 꿈속에서 먹는 음식과 같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교사·학부모·학생 모두가 닫혀 있는 가슴을 활짝 열고 대화를 시도하는 참된 교육의 장이 마련되어야 하며, 교사는 학교에서, 학부모는 가정에서, 마음에 닿을 수 있는,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부모 팔자 반 팔자'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인생성공의 절반은 부모의 영향력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은 학교에서 키운 것이 아니라 부모가 교육시킨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위인과 천재는 부모가 만든다.'는 금언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가해자, 피해자, 학교, 부모, 그리고 우리사회의 문화에 대한 다차원적이고 동시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학생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들에게 강한 지도권을 주지 않는다면 모두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교육과 안전에 대해 교사에게 큰 책임을 지우려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 또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학교와 교사에게 강한 권한을 부여하여 학생 간의 문제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이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교사의 82.8%가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를 보더라도 학생 징계권의 강화가 필요하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학교폭력은 초등학교 231건, 중학교 5376건, 고등학교 2216건이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중학교의 경우 의무교육이라는 이유로 지속적인 폭력학생조차 고작 며칠 출석 정지시키는 것 외에는 학교가 취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강제 전학도 불가능해 오히려 피해 학생이 보복이 두려워 전학을 가야 했다. 참으로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에 학교에 자율권을 주어 강제전학 퇴학 등교정지 사회봉사 등 엄격한 책임을 지워야 하고 정부와 교육행정당국 차원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과 지원책이 필요하다. 최근 영국 교육부는 1998년부터 13년 동안 시행해 온 학생체벌 전면금지 정책(노터치 정책)을 폐기하고 교사들의 교내 생활 지도 향상을 위한 새로운 지침서를 발표하였다. 새로운 지침서는 분명하게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권위를 교실에서 부활시키고 있는 내용으로 학교장에게 교사에 대한 허위진술을 하는 학생을 정학시키거나 퇴학을 시킬 수 있는 권한과 학생의 교외, 수업 시간 외의 비행에 대해 징계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미 일부국가에서 실패한 정책을 학생인권이라는 미명으로 학교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행태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다른 나라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