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폭력' 없는 학교·사회를 만들자

2012.01.11 18:15:21

유병택

시인. 한국문인협충북도지회장

지난해 가을 대구에 이어 광주에서 중학생이 자살하고 11월에는 서울에서 여중생이 아파트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2010년 초.중등학생이 급우들의 폭력에 의해 자살이 29명, 정신치료를 받는 학생이 230여명이 된다는 통계를 보았다. 요즈음 각종 매스컴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보도가 계속 연재되고 있다. 보도를 접할 때마다 유치원에서부터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홉 명의 손자손녀가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멀리 살고 있는 손자손녀에게는 자주 전화를 걸어 오늘 학교에서 즐거웠니·, 좀 기분 언짢은 일은 없었니· 하여야 마음이 놓이고, 가까이 있는 손자에게는 얼굴을 보면서 눈치를 살피는 버릇이 생기고 그들의 동정에 예민해졌다.

초. 중. 고등학생 3560명을 상대로 한 '2010년 학교폭력 실태 조사서'에 의하면 가해경험 744명(20.9%)으로 10명중 2명, 피해경험 805명(22.6%)으로 10명중 2명이며 가해 경험자중 초등학생 때부터 했다가 31.1%이었다.

가해자의 가해유형별로는 빵셔틀(46%), 졸업빵(35.7%), 홈피욕설과 악성댓글을 다는 것 (34.9%), 성적인 모욕감을 주는 것 (20.7%), 원하지 않는 행동을 강요하는 것 (30.9%)으로 이와 같은 폭력을 장난으로 알고 스스럼없이 급우에게 한다는 것이다.

피해고통을 호소하는 416명 중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요'가 253명(60.8%)이고, 그럴 때마다 한두 번쯤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가 78명(30.8%)이며, 피해경험자 805명중 등교를 하지 않으려고 망 서려 본적이 있는 학생이 420명(52.2%)이나 된다.

피해유형 별로는 '맞았다'(1위),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2위), '말로 협박이나 위협을 당했다'(3위), '돈이나 금품갈취'(4위)순이다.

피해를 당하고 도움을 요청하였다는 학생은 177명(42.5%)에 불과하고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일이 커질 것 같아서'(1위),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위), '보복당할 것 같아서'(3위)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여도 학교폭력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가해자의 가해이유는 '장난'(1위), '이유없음'(2위),'상대방이 잘못해서'(3위), '오해와 갈등'(4위)이며 급우의 폭력을 목격시 '모른척함'(62.0%), '함께 말렸음'(17.1%), '선생님께 알림'(9.9%)이고 모른 척한 이유는 27%가 '피해를 당할 것 같아서'라고 응답했다.

장차 이 사회를 이끄러갈 청소년들은 피해학생, 폭력학생, 다수침묵, 미온적이거나 방관내지 무관심의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불안한 정신·육체적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피해학생은 숨죽이고 쫓겨 다니며 살아야 되고 폭력학생은 청소년보호법으로 응당한 처벌로부터 보호를 받는 사회가 돼버린 것 같다. 청소년을 건강하고 바르게 키울 책임과 의무가 있는 부모나 학교는 공부 성적서열에만 안중(眼中)에 있고 사람 됨됨이를 형성하는 인성교육에는 등한이 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건전한 인격체 형성을 하는 데는 먼저 가정이지만 '맞벌이와 저출산으로 학생들이 평소 대화를 나눌 상대가 부족해진 상황'인바 부모들이 코앞의 이기적인 것 만에 너무 익숙해졌다. '왕따 폭행이 장난이 아니고 놀이가 아닌 무서운 범죄'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학교나, 왕따 폭행을 보고도 침묵을 지킨 급우들도, 인성교육시간인 도덕 과목을 줄인 교육정책당국자도 오늘에 무서운 청소년 병인 '왕따 폭력'을 키우는데 한 몫을 하지 않았나 반성하여야 한다. 눈에 보이는 무상급식도 중요하지만 내일의 건강한 국민을 만드는 인성교육에 투자는 왜 인색한지 묻고 싶다.

지금 자라고 있는 초. 중. 고등학생인 청소년은 오늘 세상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 어른들의 노후를 책임질 사람들이다. 청소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왕따 폭력' 이 없는 학교, 사회가 되도록 올 임진년 한해는 우리 모두가 작심(作心) 한번 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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