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대목장엔 속지 말자

2012.02.08 18:03:03

유병택

시인. 충북문인협회장

올 임진년은 정치 신상품들이 풍성한 해이다. 오는 4월 11일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날이오, 12월은 대통령을 선택하는 달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어 오던 양대 정당이 상점의 안팎을 리모델링하느라 분주하다. 낡은 기둥을 갈고 썩은 천정을 헐어내고 새로운 신 자재를 가져다 벽을 쌓고 옆집을 헐어 상점을 넓히고 있다. 상호도 갈아가며 고객을 호객하느라 매일매일 푸짐한 메뉴를 내 놓는다. 모두 천국(天國)에만 있는 상품들이다.

중소기업에 취직 하겠다고 공부 하면 장학금도 주고 생활비까지 준다. 국방의무사병에게는 시간제 근로로 살아가는 바닥 서민들의 임금(·)정도인 월 40만원의 월급을 준다. 비정규직 800만 근로자에게는 법으로 정규직 경영성과급의 80%이상을 주도록 하겠다고 한다. 정말로 신나는 세상을 만드는 호객 소리이다.

그 뿐이 아니다. 우리 집 티켓 하나만 사주면 17조원이 들어가는 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 등록금을 주겠다고 호객한다. 여기에 한 술 더 뜬다. 옆집에 질세라 군 의무 사병에게는 '사회복귀 지원통장'을 만들어 월 30만원 넣어주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월 25만원씩 '구직촉진수당'을 주겠으며, 대기업에는 청년 고용의무 할당제를 만들고, 47.5%인 비정규직을 25%로 줄이고, 비정규직 급여를 정규직 급여의 80%이상으로 올려 주겠다고 한다. 이력서를 들고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청년백수와 한(限)을 품고 서럽게 살아오던 비정규직에게는 곧 다른 세상이 올 것 같다.

올 한해는 5년만의 대통령선거, 4년만의 국회의원선거를 치르는 큰 장(場)이 선다. 아주 큰 대목장이니 정당과 정치꾼이 호객(呼客)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들에게 윤리(倫理)가 어떻고, 그들의 내 놓은 상품이 가짜니 진짜니 따지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티켓을 고르는 우리들 국민이 똑 바로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다. 파산하는 가계에서 '떨이세일(sale)'을 내 놓으면서 사람을 유혹한다. 이 나라의 주인인 우리는 나라를 세일(sale)하는 상품들이 아닌가· 를 꼼꼼히 봐야한다. 지난해 국가부채가 407조원이고 이 빛을 갚으려면 국민 1인당 737만원, 4인 한 가정 당 2천948만원을 부담해야 된다. 이는 보통 서민 한 가정이 1년 반의 생활비다.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세원(稅源)을 추가 할 것인가를 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에 아무 경험이 없는 인기(人氣)인을 새로운 신소재(新素材)로 벽을 쌓는다면 그 벽은 과연 국민의 행복한 삶을 지탱하여 줄 것인가·

이기고 정권을 잡고 보자는 술수에 속고 다시 속고 또 속은 건망증(健忘症)환자인 주권자 우리들이라 할지라도 이번 대목장엔 어느 집의 상품이 진짜인지를 잘 가려서 또 다시 속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요즘 정치인은 너나 할 것 없이 국민복지를 위해 환상(幻想) 청색(green) 정책을 내 놓는다. 그는 대부분 덴마크를 비롯한 북부 유롭 4개국의 복지정책을 모델로 짜깁기를 주로 하고 있다. 이 나라들의 복지정책을 우리나라에 접목 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거나 속이려는 것일 게다. 북유럽 4개국의 GDP는 스웨덴 4만8754달러, 노르웨이 8만4840달러, 핀란드 4만4522달러, 덴마크 5만5988달러로 우리나라의 2~4배로 잘 사는 나라이며, 주변국가로부터 안보에 큰 영향이 없다. 우리 대한민국은 주변 4대강국의 틈바구니에서 통일을 대비하고 평화국가를 지키면서 5천만 국민이 우선 고루 배불리 먹어 살리기 위한 정책이 더욱 간절한 나라이다. 정치인은 65%의 저소득층 국민의 삶을 어떻게 보살필까하는 생각과 상품을 내 놓아야 한다. 2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임진년 대목장 분위기에 들떠 휩쓸리다가 또 다시 IMF의 '떨이세일(sale)'나라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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